예은이의 방.

엄마는 반대했다. "뮤지컬은 너무 힘든 길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결국 양보했다. 공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느라 지친 얼굴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뮤지컬 전문 학원을 찾아간 예은이는 환하게 웃었다.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왜 늦게 갔나, 그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예은이는 쌍둥이 중 둘째였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일주일 동안 혼자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 하지만 인내심이 있어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밀고 나갔다. 예은이는 매일매일 노트에 '오늘은 학원에서 무슨 연기를 배웠고,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를 써내려갔다. 혹시 힘들진 않을까 걱정하는 엄마에게 예은이는 늘 즐겁게 말했다. "엄마 괜찮아요. 나 더 할 수 있어. 아직은 괜찮아요."
그런 예은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침착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예은이는 아빠에게 "지금 해군이 우리 구조하러 왔어요, 곧 구조되어서 나갈게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곧 이어 "우리 층 구조하고 있어서 순서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일주일 뒤에야 예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