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웅이의 방

딸이 귀한 집이라 둘째는 ‘예쁜,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아빠는 가졌다. 하지만 아빠의 바람은 한 가지만 이루어졌다. 아주 ‘예쁜, 아들’이 태어났다. 엄마도 좋아하지만 아빠를 더 좋아해서 퇴근하는 아빠를 현관에서 꼭 안아주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차웅이의 포옹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되었다. 차웅이의 포옹 인사를 받아야만 아빠는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엄마는 딸 있는 집 부럽지 않다고 애교 많은 아들을 자랑하곤 했다.


어린 차웅이는 겁이 많아서 자전거 보조바퀴도 오래오래 달고 다녔다. 놀이기구를 타러 가도 무서운 것은 타지 않고 회전목마처럼 슬슬 움직이는 것만 탔다. 또래보다 작고 약한 차웅이를 걱정하던 엄마는 차웅이에게 운동을 권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차웅이는 검도를 배웠다. 아홉 살에 시작한 검도 수련을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계속하여 어느덧 10년 경력이 됐다. 그러는 사이 검도는 차웅이의 꿈이 되었다. 열심히 배워서 아이들 가르치는 검도 사범이 되고 싶어했다. 차웅이가 떠난 뒤 그 꿈은 이루어졌다. 2014년 5월, 한국해동검도협회는 차웅이에게 공인 4단을 수여하고 검도 사범으로 임명한다.


2014년 봄날 이후 세상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차웅이를 세월호의 ‘어린 영웅’이라 부른다. 어린 영웅의 책꽂이에는 캐릭터 인형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차웅이가 모아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어린시절에도 인형을 좋아하여 인형을 안고 잠이 들었다는 차웅이다. 엄마가 먼저 출근하면 아빠가 차웅이랑 형을 깨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던 때여서 엄마 손길이 그리워 그런가 하여 많이 안아주고 뽀뽀도 많이 해주었다는 엄마. 레슬링도 하고 복싱도 하고 몸으로 놀아주며 엄마 냄새를 많이 맡게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영웅이지만 엄마에게는 어린 아들. 차웅이가 오늘 밤엔 엄마 옆에 누워 엄마 냄새를 맡으며 어리광을 부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