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의 방.

키가 180cm를 넘긴 날, 선우는 아빠를 이겼다고 좋아했다. 그 큰 키 덕분에 축구를 하면 선우의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워낙 축구를 좋아해 몇몇 친구들과 수시로 모여 운동하던 아들은 2014년 3월 24일 새 장갑을 마련했다. 뭐든 깨끗하고 오래 사용하는 성격 때문인지 선우는 한동안 낡은 장갑을 계속 썼다. 새 장갑을 처음 껴본 것은 4월 13일, 수학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이었다.
선우에게는 재밌는 취미가 있었다. 바로 동전 모으기. 선우는 동전 하나를 손에 넣으면 꼭 만들어진 해를 확인했다. 책상 밑에는 동전을 연도별로 분류해 봉지에 담아 둔 상자가 놓여 있었다. 총에도 관심이 많았다. 모형 총은 선우의 또 다른 수집대상이었다. 선우는 온라인 게임도 총과 관련 있는 것을 좋아했고, 나무젓가락으로 총을 만들기도 했다. 선우의 물건 중에는 여러 종류의 총을 그린 그림도 많았다.
“배고파~” 매일 오후 5시면 선우는 이 말과 함께 귀가했다. 엄마가 해준 뜨뜻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뒤 아들은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와 집을 오가던 선우의 모습이 엄마는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자전거를 바꾸기로 약속했는데, 전조등도 미리 사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