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이의 방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에게 ‘자기만의 방’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작지만 그 안에서 오롯이 상상해 낸 그의 영감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인 2014년 3월 15일,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장환이에게도 그런 방이 생겼다. 장환이의 방에 들어서면 장환이의 섬세한 손끝에서 탄생한 멋진 그림들이 눈에 띈다. 장환이는 중학교 때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어릴 때 즐겨 갖고 놀던 레고 디자인을 해 볼까, 산업 디자인을 전공해 볼까, 건축가는 어떨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패션 디자이너’라는 진로를 정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중이었다. 평소 옷을 스타일링하고 외모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장환이에게 딱 어울리는 꿈이었다.



장환이가 남긴 스케치는 지금 한 벌의 옷이 되어 장환이 방에 걸려 있다. 이 옷은 장환이가 떠난 그 해,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이 장환이의 스케치를 실제 의상으로 만들고 ‘이장환’ 이름을 디자이너 라벨에 넣어 장환이 어머니께 전달한 것이다. 은은한 색감과 깔끔한 실루엣이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든 입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만 같다.

새로 생긴 장환이의 방에는 친구들도 자주 놀러 왔다. 이사 오기 전부터 장환이네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였는데 장환이 동생과 부모님도 언제나 환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반기며 기꺼이 식탁과 마음을 내어주곤 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장환이 집에 들렀던 친구는 “돌아오면 집 옥상에서 삼겹살을 구워달라”고 장환이 부모님께 넉살 좋게 이야기했고 장환이 부모님은 “아예 돼지 한 마리 잡자”며 기분 좋게 웃었는데, 그 약속은 끝내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면서도 유쾌함이 가득했던 장환이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아름다움, 사물과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너무 빨리 잃어버렸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6권 中 ‘장환이가 우리 친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