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이의 방

고등학교에 입학한 재영이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에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3학년 때 구글의 창의적인 입사 문제를 접하는 순간 재영이의 내면에서 ‘번쩍’하는 불꽃이 일고야 말았다.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재영이는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야간자율학습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집에 있을 때에는 우리 시대 혁신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두고 읽으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의 재영이는 말이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전학을 가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그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는데, 엄마는 일을 다니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사회적인 감수성을 기르는 프로그램에 재영이를 참여시키기 위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원과 안산을 오고 갔다. 엄마가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며 공부보다는 사람들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영이는 조금씩 변해갔다. 점점 주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차분하지만 깊고 진지한 관계를 맺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재영이에게 있어 엄마는 재영이가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직접 알려주기보다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제주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속초,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에는 태백산 등에 가족 여행을 가며 세 살 터울의 여동생과 재영이가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제주도 가족 여행에서는 함께 사진을 찍어 액자로 만들어 두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을 2년 만에 학교 친구들과 다시 가게 되어 설레어하던 재영이였다. 하지만 재영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안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가라앉는 배의 앞 쪽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있던 재영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고 이후, 컴퓨터를 좋아하던 재영이가 손수 조립해 사용하던 컴퓨터도 작동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가족들은 고쳐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재영이가 워낙 아끼던 것이라 재영이의 손길이 남은 채로 그냥 두기로 했다. (참고문헌 <416 단원고 약전> 8권 中 ‘엄마, 사랑해요’) (참고문헌 프레시안 <아들이 조립한 컴퓨터도 그날, 작동을 멈췄다>, 201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