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기의 방.

삼형제는 특별히 애정표현을 하거나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컸다. 특히 큰형은 웅기에게 아빠 같은 존재였다. 웅기가 아기일 때 손에서 내려놓지 않을 정도로 예뻐했던 형은 웅기를 늘 챙겼다. '남자니까 울지 마라, 어디 가서나 당당하고 말도 잘하고 기죽지 말라'고 조언했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엄하게 가르치기도 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20분쯤 웅기는 형에게 "지금 배가 기울고 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웅기는 "배가 뭔가에 부딪쳐 안 움직이고 데이터도 잘 안 터진다"며 "지금 막 해경이 왔대"라고 했다. 형은 "당황할 필요 없고, (해경이) 하라는 대로만 해,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하고 마음 강하게 먹고 있어"라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웅기는 답이 없었다.
평소 모든 연락에 바로바로 답하라는 형의 말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웅기였다. 하지만 웅기는 여전히 답이 없다. 시간이 흘러도 카톡창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다. 형은 참사 후 꿈에서야 웅기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형, 휴대폰이 물에 잠겨서 답장을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