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균이의 방

어린 시절 사진부터 열여덟의 모습까지, 태권도 품증부터 명예 주민등록증까지, 소년이 조립했을 탱크부터 소년을 추억하며 접어놓았을 노란 종이꽃까지, 소년의 손때가 묻은 책과 공책부터 소년이 신어주길 바라는 새 운동화까지, 시간이 멈춘 소년의 공간에는 그리움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로봇 만들기에 관심도 많고 솜씨도 좋은 소년은 공학도가 되고 싶었다. 기계 다루는 일을 하는 아버지는 소년의 관심을 열어주고, 손재주가 좋은 어머니는 소년의 솜씨를 키웠을 것이다. 소년의 꿈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가족은 소년이 만들고 있던 미완성의 로봇을 소년의 빈 침대에 눕혀두었다.
로봇을 목표대로 움직이려면 로봇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코드를 만들어 입력해야 한다. 로봇동아리 회장인 소년은 코드를 잘 만들어서 ‘코드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종이 로봇이라도 인쇄해서 조립해야 성이 차는 소년. 어머니가 손뜨개로 만든 레이스 커튼이 드리운 방에서 자기만의 언어로 인생을 코딩하던 소년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