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의 방

이게 4월 15일 아침까지 쓰던 베개고. 이불 이거요. 태어나서부터 계속 쓰던 거예요. 이 극세사 이불은 우리 아들이 사랑한 이불이에요. 완전 사랑한 이불. “엄마 이불은 탁탁 감겨야 돼요. 완전 보들보들해요.” 원래가 여기가 안쪽 면인데 뒤집어놨어요. 우리 아들 여행 갔다 오면은 새로 싹 깨끗하게 해줘야지 이랬는데, 16일 날, ‘오늘 오후에 빨아야겠다’, 그랬는데 사고가 난 거잖아요. 그래서 안 빨았어. 안 빨길 잘한 거죠. 정수 장례 치르고 와갖고 우리 아이 냄새 맡아보고 싶어서 막 맡는데 냄새가 안 나요. “원래 없는 사람은 냄새가 안 난단다.” 엄마가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우리 엄마 나한테 욕 많이 먹었어. 정수가 없긴 왜 없냐고.
3월 10일이 예정일인데 당겨서 낳거나 아니면 분만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예정일이 3월 10일이니까 3월생은 해주고 싶더라고요. 자기 생일에도 일요일이라거나 이렇지 않으면 직장에 가서 일을 하잖아요. 정수는 생일날 좀 쉬어라, 그래서 3월 1일로 잡은 거예요. 왜 자기는 3월 1일이냐고. 차라리 겨울이거나 학기 중이 아니고. 새 학년 친구들하고는 한 번도 생일 파티를 못 해본다고. 그런 소리 한 번씩 했었거든. 엄마가 너 특별한 날 낳아주려고 노력한 거라고. 너 생일날은 쉬지 않냐고 그랬더니 ‘학교 가도 괜찮은데 그랬다’고. 어른 되면 근데 그 상황이 다르다고, 자기 생일에는 쉬는 게 최고라고 그랬었거든. 제가 막 농담처럼 그랬거든요. 최정수 탄신일이라고. “3월 1일은 최정수 탄신일이야.” “그러니까 저기 국기 게양도 하고 봐봐라.” (그러면 정수가) 우리 엄마 이상하다고.
(4월) 16일 아침 9시 반에 통화하면서 “정수야, 엄마 너 너무 많이 사랑해.” 그랬더니 “엄마, 나 두려워.” 그랬거든. “정수야, 왜 무슨 일 있어?” 그랬더니 “아니요. 엄마, 어디예요? 엄마, 출근했어요?” 그래서 “엄마 출근했지. 괜찮아. 엄마 통화할 수 있어 괜찮아.” 그랬더니 “나 엄마가 사준 거 하나도 못 갖고 갈지도 몰라요.” 얘가 이렇게 말하는데 뭔 일이 있구나. 내가 경상도는 아닌데 사투리로, 장난으로 “단디 챙겨와라.” 막 이러고. 그 말끝에 ‘너도 꼭 와야 돼’ 이 소리를 해야 되는데 하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엄마, 배가 미쳤나 봐요. 배 물 들어와요.” 그러는 거야.‘배 미쳤나 봐요. 미쳤나 봐요’, 소리를 두 번을 하더라고요“배 물 들어오고요. 컨테이너 다 떨어져요.” 나중에 보니까 그 방이 바로 그 옆에 위치한 곳이라서 애들이 보면 보이는 거예요. 애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진짜. 순간 막 머리가 막 세는 거죠. “정수야, 괜찮을 거야. 별일 없어.” 정말 그렇게 큰 배가 그렇게 사고가 날 거라는 생각 전혀 안 했죠. “엄마, 저 가야 돼요. 앞에 선생님이 불러요.” “그래 정수야. 알았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런데,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