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의 방

블록을 조립하여 크고 작은 장난감을 만들어 놀던 추억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작은 블록들이 모여 배의 모양을 이루기까지 겪어야 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마침내 배가 완성되고 좋아하는 미니 피규어들을 승선시킬 때의 즐거움을 기억할 것이다. 누구는 반복되는 시행착오에 미완성의 블록 세계를 떠나가고, 누구는 창조의 기쁨으로 블록 세계에 빠져든다. 조용조용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인호는 블록 세상을 즐겼다. 덕분에 길이가 80센티 정도 되는 배가 완성되었다. 가족들은 거실 중앙에 인호의 배를 진열해 놓았다. 머릿속 설계를 따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나갔을 인호의 손길이 그 배에 머무는 것 같다.


인호가 조립한 배가 놓여있는 거실 벽면으로 인호의 사진이 가득하다. 배밀이를 하는 아기 인호, 해외 근무를 하게 된 아빠를 따라 중국으로 떠난 돌 무렵의 인호,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인호, 마루에서 꽃나무 아래에서 놀이공원에서 언제나 나란한 동생과 인호, 형제 사이 다정한 엄마, 반려동물 햄스터까지. 모든 추억의 한 가운데서 인호가 환히 웃고 있다. 한껏 웃어 실눈이 되어버린 눈매가 한없이 순하고 편하고 부드럽다.


2014년 9월 10일 세월호 선체 수색 중 4층 선수 부위에서 잠수사들이 인호의 이름표가 달린 교복 상의를 발견했다. 인호가 가족 품에 돌아오고 5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단추는 떨어지고 소매는 군데군데 헤져 구멍이 나있었다. 인호의 교복은 소금기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과 세탁을 거친 뒤 가족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하지만 교복에 짙게 밴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다. 남아있는 얼룩이 마치 인호의 당부 같다. ‘행복했던 나의 열여덟 해를 기억하듯, 다하지 못한 생의 아픔도 기억해달라.’ 얼룩진 교복이 걸린 인호의 방을 생각하며 우리 그 곁에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