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이의 방

태민이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한 태민이의 방, 태민이가 곁에 있을 때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미처 전하지 못했을 가족들의 마음이다. 두 여동생의 듬직한 오빠였고, 부모님의 의젓한 아들이었던 태민이에게 이 절절한 사랑 고백이 가 닿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가족들은 모두 태민이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 태민이는 두 살 터울의 여동생과 열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는데,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들어오시는 부모님에게 힘을 보태고자 초등학생 때부터 동생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우유를 먹이기도 하는 오빠였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호텔 조리사’의 꿈은 태민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함께 가게를 운영할 때에는 밤늦게 집에 돌아와 태민이가 준비해 놓은 식사로 허기를 달래기도 하셨다. 엄마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태민이를 요리학원에 보내주고 꿈을 응원해 주었다. 태민이는 그 해 엄마의 생일에 손수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요리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에 서툰 손으로, 엄마가 사다 준 재료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였지만 정말 맛있었던 그 생일상을 엄마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태민이는 학원에서 작은 수첩에 레시피를 빠르게 메모해 놓고 큰 노트에 정갈한 글씨로 다시 정리해 두었다. 후렌치어니언 수프, 미네스트로니 수프, 스패니쉬 오믈렛, 쉬림프 카나페… 이 책상에 앉아, 눈으로 봤던 조리 과정을 다시 떠올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적어나갔을 태민이를 생각한다. 차분하게 한 걸음씩 미래를 향해 나아갔을 태민이의 발걸음을 느껴본다.
엄마가 기억하는 태민이는 ‘참을성이 많은 아이’였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뜀틀을 하다가 팔을 다쳤는데 괜찮다며 하루를 보낸 태민이였다. 다음 날 너무 아파 찾은 병원에서 뼈 두 대가 일직선으로 틀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비싼 브랜드 옷이 없어 마음이 쓰이는 엄마에게 “그런 거 필요 없다”며 자기가 고른 2만 원짜리 옷이나 결제해 달라고 말하는 속 깊은 면도 가지고 있었다. 태민이를 생각하면 미안한 것도 많이 떠오르는 엄마지만 사과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이 더 듣고 싶을 태민이에게 엄마는 오늘도 사랑을 전하고 있다. (참고문헌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 2학년 6반 제7권 ‘태민 엄마 문연옥’) (참고자료 <262송이 시네마_2학년 6반 이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