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의 방.

세희는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번 사귀면 속 깊게 지냈다. 친구들은 세희가 없는 첫번째 생일날, 새벽 6시부터 세희네 집을 찾아왔다. 손에는 미역국과 밥,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안산 하늘공원 안 세희의 또 다른 방을 꾸며준 것도 친구들이었다. 아이들은 세희 봉안함 앞에 평소 세희가 좋아하던 민트 빛깔 이어폰을 선물로 놓아 뒀다. 하늘에서라도 세희가 기뻐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세상을 빛내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처럼 빛나는 아이였다. 세희는 엄마 아빠의 흰 머리를 항상 직접 염색해 드렸다. 엄마에겐 스마트폰 해결사였고, 주말에는 가족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였다. 이 모든 일은 이제 남동생의 몫이 됐다. 항상 '누나가 제일 좋다'던 동생에게도 누나의 빈자리는 크다.
수학여행 전날까지 세희는 "배 타기 싫다"며 투덜댔다. 아빠는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큰 여객선이니 별 일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생겨도 (어른들) 지시만 잘 따르면 돼." 아빠는 두고두고 이 말을 후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