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꿈을 지니고 살아간다. 어릴적 대통령이나 과학자의 꿈에서부터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현실적으로 바뀌어 가는 꿈까지. 아니면 자신만의 소중한 보물을 간직하고 살기도 한다. 어릴적 첫사랑에게서 받았던 반지나 목걸이가 내 인생 최대의 보물이 될 수도 있고 젊었을 때 좋아했던 연예인의 사진이 내 생의 보물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내 생의 목적은 무엇이고 보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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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 사토시가 이번 6회 piff에 들고 온 영화는 바로 자신의 생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천년여우>다. 메이저 영화사의 70주년 기념 사업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스타 후지하라 치요코의 인생을 치요코의 팬인 타치바나와 그 여배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카메라맨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된다.

여배우 자신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일생은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의 에피소드와 섞여 천년 동안(그녀가 맡았던 배역들의 연대기가)이나 계속된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중첩된다. 어렸을 때 첫사랑의 상대로부터 전해 받은 열쇠하나가 그녀 생의 보물이자 목적이 되어버린다. 이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영화 배우가 되고 또 그 열쇠 하나를 두고 그녀의 배우 생활은 계속된다.

무엇이 그녀의 실제 이야기이고 영화속 배역의 이야기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연기 생활과 그 안에서 그녀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반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무엇보다 특이한 건 실험적인 장르의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과거의 추억들과 배역에 대한 회상들은 곧 현실이 되어 스펙터클하게 나타난다. 그 추억과 회상 속에는 다큐멘터리 팀이 직접 등장하여 그녀의 이야기를 취재한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법은 아니다. 이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녀의 추억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 동화되어 우리는 그녀가 된다. 그녀에게 열쇠는 우리들 저마다가 간직하고 있는 자기만의 생의 목적이요 보물이다.

애니메이션이란 매체 자체가 가상을 의미하지만(영화 역시도 가상이다) 현실과 가상의 접점을 찾는 행위가 바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목적일 것이다. 허구를 이야기하는 동안 그것을 수용하는 관객들은 그 허구에서 현실을 찾는다.

<천년 여우>라는 허구를 다룬 애니메이션 자체 안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또 허구와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팀이 그 허구 안으로 뛰어 들어 직접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그 허구와 현실의 접점을 허구로서 보게 되고 그 본다는 행위로서 현실적으로 느낀다.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는 이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그 열쇠같은 존재가 무엇이 되어도 좋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열쇠는 다 있다. 문제는 그녀처럼 그 열쇠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가 없는 가이다.

자 이제는 우리가 그 에너지를 받을 차례다. 아직도 열쇠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일단 열쇠부터 찾자. 내가 한 것처럼 A4 용지 한 장과 연필을 준비하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내가 좋아하는 목록을 만들어 보자. 그 중 하나는 내 삶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열쇠의 의미를 찾기 의해 전력 질주하자.
2001-11-26 04: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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