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퍼니게임'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일지는 아마도 대충은 짐작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성이라곤 눈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하기 힘든 두 악당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그린 퍼니게임.

미카헬 하네케의 영화는 소개된 후 찬,반 양의견이 대립하고 의견이 분분했던 영화다. 일반 관객에겐 너무나 극단적인 비약과 엽기적이기 까지 한 그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그의 스타일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 '피아니스트'에서도 그런 부분이 분명히 드러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우아함과 정숙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극 중의 피아니스트인 그녀를 보면 더럽고 마치 정신병 환자처럼 보여진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룬다.

그녀의 사회적 생활, 즉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강습하는 에리카, 그런 그녀의 모습은 단정하고 엄격함을 가진 너무나도 차갑고 정숙한 여자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적 생활에서는 핍쇼를 즐기고 비디오숍에서 포르노을 보면서 휴지에 묻은 남자의 정액냄새를 맡는 장면, 그리고 결국에는 자위하는 장면까지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것도 이러한 장면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의 이러한 성적 행동은 대학과 잔소리 많은 어머니에게서 받는 시달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에니카에게 그녀의 제자인 어린 남학생 월터가 사랑을 고백하며 접근하고 에니카는 이 월터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해 월터를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그녀의 생각대로 짜릿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소통하지 못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비극적인 폭력과 결말을 가져온다고 감독은 말한다. 즉 사랑을 하는 데는 일정한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떠들고 다니던 월터는 그녀의 빰을 때리고 구타을 하면서 강간을 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그녀가 이런 방식을 원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결국은 이 두 남녀의 잘못된 사랑은 비극적인 폭력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낌은 한마디로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란 말이 딱 맞을 것이다. 감독이 현 시대의 모습을 반영했다고는 생각되어지지만, 그 표현 방법에서는 너무나도 큰 비약과 폭력의 가혹함, 그리고 인물의 극단적인 대조 등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하네케식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칸 영화제에서의 이 영화에 대한 호평과 상이 없었더라면 부산에서 이 영화를 찾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에니카를 연기한 이자벨 위페르는 어떻게 저런 장면들을 촬영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2001-11-15 23:5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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