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상영관에서 '우나기'로 이마무라 쇼헤이를 만났다. 그것도 보고 싶어서 본 영화가 아니었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 야쿠쇼 코지가 불륜의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화면을 가득히 피로 물들인 장면은 처음부터 내 시선을 잡아끌었고, 그후 이발사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주변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로 기억한다.

그리고 우나기보다는 훨씬 일찍 제작되었던 '한국의 고려장'을 연상시키는 '나라야마 부시코', 그리고 진찰하는 사람마다 간염이라고 하는 이상한 의사선생 '간장 선생'.

이번 PIFF에서도 이마무라 쇼헤이의 작품을 만났다. 명실상부한 일본 영화계의 최고 거장으로 칸 영화제에서 일본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올해 벌써 75세의 나이의 할아버지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 않은 것 같다.

이마무라의 영상은 일본인의 일상 속에 담긴 일본인 특유의 신앙, 생활감정, 욕정, 충동 같은 것을 표현해왔다. 19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일관되게 인간의 '본성'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또 탐구했다. 이마무라는 이러한 것을 종종 독특한 여성의 이미지로 표현하곤 한다. 여성을 원초적 욕망을 가진 동물적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다.

'우나기'에서 불륜을 행하는 주인공의 아내가 그랬고, 70년에 만들었다는 '호스티스가 말하는 일본 전후사'란 영화도 실제 호스티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고 한다.

'붉은 다리 밑의 따뜻한 물'에는 동화같은 판타스틱 요소를 볼 수 있다. 붉은 다리가 내려다 보이는, 능소화가 핀 집에 황금불상을 숨겨놓았다는 어느 노인이 벽으로 사라지는 장면이나 사에코가 슈퍼에서 떠난 자리에 이상한 웅덩이가 생기는 것. 그리고 요스케와 사에코의 사랑의 행각에서 사에코 몸에서 물이 솟아올라 그 물이 다리 밑으로 흘러가고 그 물에 물고기들이 모인다는 식의 이야기는 정말 동화와 같은 내용이 아닌가

영화는 초가을의 도쿄 변두리, 정리해고돼 실직중인 중년 남자 요스케가 아내에게까지 이혼당하고 방황하며 표류하다 어느 날 타로우라는 한 노인의 붉은 다리의 능소화가 핀 집의 황금불상에 관한 애기를 듣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 장소을 찾아가고 간신히 붉은 다리가 내다보이는 능소화가 핀 집을 발견함으로써 시작된다.

요스케는 그 집에서 나타난 묘령의 여성, 사에코에게 홀린 듯한 행동으로 사에코를 따라 그 집으로 들어가고 2층에서 내려다 보니 정말 그 노인이 말한 일본해와 접한 붉은 다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요스케는 사에코가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자 듣고 있다 갑자기 사에코가 얼음을 요스케의 입 속으로 밀어넣으며 요스케와 사에코의 사랑이 시작되고 이때 사에코의 몸 속에서부터 이상한 물이 솟아 올랐다.

사에코는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체내에 이상한 물이 고이는 비밀을 말하고 요스케는 그런 사에코를 위해 도쿄를 떠나 이곳에서 어부가 되기로 마음먹고 이 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요스케가 사에코의 이상한 물이 점차 줄었다는 생각을 하고 점차 사에코를 의심하게 된다.

'우나기'의 두 주연배우 야쿠쇼 고지와 시미즈 미사가 펼치는 어른들의 성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동화처럼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쇼헤이식의 유쾌한 사랑의, 아니 욕망의 이야기를 보라.
2001-11-14 23:4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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