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만든 작품 <탈출기>의 일반상영이 예정된 15일 오전 11시 대영극장. 그러나 일반 관객은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지난 9일, 검찰이 98년 서울고법에서 이 영화가 이적표현물로 판결받은 사실을 통보해오자 영화제측에서 14일까지 일반상영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다가 결국 일반상영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상영은 게스트와 기자 대상의 제한상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무리 국제영화제라 할지라도 실정법을 위반한 영화를 상영할 때에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는 관계당국의 통보와 함께 '상영강행 시 김동호 영화제 위원장을 형사입건하겠다'고 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검찰측의 반응은 영화제 본래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데서 온 반응이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영화제 초청작은 '등급면제 일괄심의'를 통해 영화제 기간에 일반 상영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는 것.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최소한 상영관 내에서의 치외법권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인을 관람대상으로 하더라도 상영 횟수가 한두 차례에 불과하고 관람인원도 극히 적어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 초청 전에 사전조사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영화제 측에도 잘못은 있다. 북한국적의 영화인만큼 검찰이나 국정원에 조사요청을 하는 것으로 이적표현물 여부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미리 알았더라면 검찰과 관계당국과의 사전조율을 통해 일반상영을 성사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탈출기>의 이적성 여부를 떠나 남북정상회담과 국보법 개정 논의가 일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계당국이 해묵은 이념 논쟁을 들고 나와 국제문화행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치사회적인 외풍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앞으로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상영 취소는 검찰의 경직된 사고와 영화제측의 정치적 해결능력 부재, 영화제라는 특수한 상황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사고라 해야 할 것이다.
2001-11-16 12:5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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