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을 보기 위해 9일 아침 부산행 기차를 타려고 몇 주 전부터 예매하고, 개막식을 하던 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서울역으로 향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늘(17일)이 폐막이다.

그날 아침 부산행 열차를 타던 때를 기억해보니 열차는 만원이었다. 열차의 곳곳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보기 위해 친구들끼리, 또는 연인끼리 영화제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떤 이들은 인터넷에서 얻은 상영표 리스트를 들고 무슨 영화를 볼까 이리저리 스케줄을 짜는 모습도 보였다.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영화제였던 만큼 영화제의 마지막을 알리는 폐막을 앞둔 이 시점에서 폐막이라는 아쉬움을 간직하고 9일 동안 부산에 머물며 즐거웠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본다.

스타들의 입장과 함께 시작한 영화의 천국

4시간 전에 도착한 부산역. 내리자마자 개막식이 열리는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로 향했다. 거기에는 벌써 영화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출입문 앞에 줄을 지어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보자 개막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이 되었다.

BEXCO 앞에서 거의 3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출입문이 열리고 개막식은 시작되었다. 특히 이병헌, 강수연, 안성기, 이미연 등의 스타들이 입장할 때는 스타들을 좀더 가까이 보려고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가져온 카메라 셔터를 터트리고 환성과 탄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나 또한 그들을 함께 이 축제를 분위기를 만끽했다.

곧 이어 개막작 '흑수선'의 메이킹필름이 상영되고 주연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로 올라왔고 다시 한번 그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그리고 개막작 '흑수선'이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뒤 관객들은 박수와 환성으로써 개막작에 답했다.

돌이켜보면 개막날짜가 늦어져 실내에서 진행되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한층 더 열광적으로 고조될 수 있었으니 일부 관객들의 무질서한 행동으로 장내정리방송이 나왔고 개막식 진행중 마이크가 고장으로 꺼져 버리는 일도 있었다.

또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으레 등장했던 대통령이나 정부인사,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모습이나 메시지 등이 사라진 점은 지난 여러 대회 때와 달라 좋았다고 생각된다. 지난 4회 때 개막식에서 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대통령과 부산시관계자들의 연설이나 개막축하인사 등을 해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다양하고 볼 것이 많은 남포동 piff광장

영화제 기간 동안 남포동 piff광장에서는 벌어졌던 다양한 볼거리와 스타와 감독과의 야외무대와 핸드프린팅행사, 방송사에서 마련한 여러가지 다양한 행사 등으로 영화팬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수차례 마련된 야외무대인사에서는 영화팬들과 감독, 스타와 함께 하는 시간은 piff광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과 시민들에게 영화제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다.

배창호, 이정재, 안성기, 이미연이 함께 한 개막작 '흑수선'팀의 무대인사를 비롯하여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고'팀, 그리고 이번 태국영화특별전에 초정된 '잔다라'의 종려시, 그리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인 '꽃섬'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팀 등의 무대인사는 영화제에서 만끽한 좋은 추억이었다.

특히 추운 날씨 속에서도 관객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답해주는 스타와 감독은 물론이고 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화를 하려는 관객들의 열기속에서 우리나라 영화와 부산영화제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번 영화제에서도 어김없이 거장의 손길을 부산에 그대로 간직하고픈 마음의 표현인 핸드프린팅행사도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세계적인 거장 허우 샤오시엔, 우리나라 영화의 산 증인 신상옥 감독, 늦게 도착한 잔모르까지 모두 쌀쌀한 날씨 속에서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구 부산영화제와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위해 행사에 참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쉬운 점은 유고의 거장 두산 마카베예프의 모습을 볼수 없었던 점이다. 몇일전 뉴욕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영화의 거리 piff광장에서도 보기 싫은 장면들도 목격되었다. 물론 국제적인 행사에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매일 저녁마다 거리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더미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예전보다 2~3배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piff거리에 마련된 쓰레기통도 너무나 부족했고, 언론에 의하면 청소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저녁마다 '쓰레기 거리'가 된 영화의 거리로서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또 축제 기간동안 '영화의 메카' 남포동에 상품홍보부스나 카드 홍보부스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물론 이번 영화제에 많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부스들이 영화제를 후원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한 기업들의 부스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관객들의 통행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길게 늘어선 것과 영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신들의 기업 상품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곳으로 사용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내년에는 piff광장에는 영화에 관계된 홍보부스만 설치하고 이들 나머지 후원업체들의 홍보부스를 따로 설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밖에 piff광장 이외에도 남포동 거리 곳곳에서 영화제 분위기를 알수 있는 밤 행사와 이벤트가 벌어졌다. 낮에는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거리에서 각종 축제와 파티 등을 즐긴 하루하루가 멋진 추억이었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했던 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영화를 위한 장이란 모토로 시작된 아시아의 작은 영화제에서 이제는 정말 세계의 다양한 작품과 감독을 만날 수 있는 장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 60개국 201편의 영화가 이번 기간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관객들은 이전에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던 많은 다양한 작품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게 만들었고 또한 질적으로도 허우 샤오시엔, 이마무라 쇼헤이, 차이 밍량,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이와이 슌지, 장 이모우 등의 아시아의 거장들의 작품은 물론 서유럽의 미카헬 하네케, 동구권의 두산 마카베예프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찬사를 받았던 거장들의 손길이 어느 대회 때보다 높아진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실감케 했고 더욱 풍성했다고 생각된다.

장 이모우의 '행복한 날들', 허우 샤우시엔의 '밀레니엄 맘보', 차이 밍량의 '거기는 지금 몇 시?',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등의 영화를 본 나는 정말 '어디서 이런 거장들의 손길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번 부산영화제를 보기 위해 몇달 동안 준비했다. 피씨방과 차를 전전하며 영화를 본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영화제였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꽃섬', '고양이을 부탁해', '낙타(들)'의 한국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후회된다. 밤에 피씨방이나 찜질방에서 이들 영화를 본 사람들과의 얘기하면서 "재미있었다", "너무 좋았다". "한국영화가 이런 면도 있구나"하는 말을 들을 때 정말 아쉬움이 컸다. 영화제가 끝나더라도 일반극장에서 꼭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영화와 함께한 9일간의 축제(하)에서는 신상옥 감독의 회고전과 탈출기 상영 취소에 대한 아쉬움과 영화제를 더욱 재미있게 했던 여러 가지 일(명계남의 샌드위치사건, 잔모르의 뒤늦은 방문, 거리 콘테스트등), 폐막식의 모습, 마지막으로 내년에 부산영화제에 바라고 싶은 점 등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2001-11-17 16:1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영화와 함께한 9일간의 축제(하)에서는 신상옥 감독의 회고전과 탈출기 상영 취소에 대한 아쉬움과 영화제를 더욱 재미있게 했던 여러 가지 일(명계남의 샌드위치사건, 잔모르의 뒤늦은 방문, 거리 콘테스트등), 폐막식의 모습, 마지막으로 내년에 부산영화제에 바라고 싶은 점 등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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