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드디어 폐막작 '수리요타이'의 상영과 함께 PIFF는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신상옥 감독 회고전 & '탈출기' 일반 상영취소

한국영화의 거장 신상옥 감독의 회고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상옥 감독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을 가지는 회고전이었다. 신상옥 감독은 60년대 한국영화의 중흥기을 이끌었던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북한에서 제작한 '탈출기'와 90년대 제작한 '증발'을 포함에 '지옥화','내시','다정불심'등 9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신상옥 감독의 초기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 '지옥화'는 전쟁후 황폐해진 수도 서울을 배경으로 하층민들의 궁핍한 생활과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을 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그 시대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그대로 담아냈던 것이다.

비록 한편 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여러 행사에서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여사을 영화제 내내 각종 행사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신상옥 감독의 나이가 25년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정말 아직도 정정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 조만간 다시 신감독의 영화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공의 하나는 신상옥 감독의 회고전을 꼽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커다란 이슈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상영예정이었던 '탈출기'의 일반상영 취소였다. 그날은 가는곳마다 이 탈출기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로 했던 영화를 정부의 힘에 의해 상영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어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말부터 대한민국이니까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의견도 각양각색이었다.

'탈출기' 이 작품은 신감독이 북한에 있을때 촬영된 작품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99년 이적표현물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실정법상 이 영화을 상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내용이 20년대를 배경으로 좌익작가 박성렬이 사회주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했고, 그 표현에서 사회주의를 위해서는 가족까지 버려야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영화가 사회주의라는 이념에 관한 영화이지 북한을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이 영화가 북한을 찬양하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극장에서 몇달간, 아니 몇일간 상영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1회 상영되는 것까지 막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 융통성이 없는 조치로 보여졌다. 그리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햇볕정책이라고 하며 북한의 김정일과도 만나고 이산가족도 서로 오가며 만나는 시대이다. 정부는 법의 논리보다 문화로서 예술로서 한번쯤 다시 바라봤다면 이렇게 무리하게 취소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거라 생각되어진다. 특히 "영화의 상영을 강행할 경우 관련자를 형사 입건 할 수 있다"라는 발표까지 하면서 상영을 저지하려는 태도는 너무나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보여진다.

나는 상영취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언론에서 흘러나올때 그래도 영화제 측에서 상영을 강행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제측에서 일반관람을 취소하는 것에 대해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강행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정부에 끌려간다면 언젠간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비록 상영은 취소되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관계자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정부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재원의 70%를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지만 말할 것은 분명히 말해야 되지 않겠는가?.


●PIFF를 더욱 재미있게 해준 일들

영화보는 일이외에 PIFF에서는 많은 재미난 일들을 만날수 있었다. 명배우 명계남 씨가 샌드위치 피켓을 목에 걸고 안티조선 운동을 하는 장면, 지난 16일 "조선일보 없는 세상에서 삽시다"라는 구호을 외치면서 "조선바보"라는 제목의 전단지을 나눠주는 일은 piff광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을 제공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명계남 씨와 함께 구호을 외치는 사람도 많았다.

또 지난 15일 영화제 막바지에 도착한 프랑스의 명배우 잔 모르가 핸드 프린팅 행사에 늦게 도착했던 일이 있었죠. 많은 사람들앞에 그녀가 나타나지 않자 관계자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초조해 하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그 보단 잔 모르가 늦게 나타나서 "시장에서 슬리퍼를 색깔별로 샀어요"라고 하는 말이 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나중에 기사을 보고 알게 된 것인데 부산사람들의 냄새를 맡고 싶다고 하면서 영화제에서 제공한 승용차를 타지 앉고 걸어서 부산국제시장을 가로질러 오느라고 늦었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잔 모르에 대해 왠지 모를 연대감까지 들더라구요.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지만 그런 이유라면 기꺼이 늦게 오세요!!)

그외에도 방송국에서 마련한 이벤트인 페러디하기, 삼행시짓기등의 관객참여 이벤트와 갑자기 등장한 서태지 콘서트 장면을 보고 거리에서 춤을 추는 여학생들의 모습도 볼거리였다.


●'슈리요타이'와 함께 아듀! 6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영화제의 마지막 공식행사여서 그런지 개막식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김동호 위원장을 필두로 폐막작 슈리요타이의 감독인 MC 차트리찰레름 유콘 감독과 태국영화인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각국의 영화관계자가 입장하면서는 폐막식은 서서히 막을 올렸다. 김동호 위원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지고 곧이어 뉴커런츠부문 시상식이 있었다.

이번 뉴커런츠부문에서는 한국영화의 잔치였다.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최우수작가상인 뉴커런츠상을 비롯해 국제영화평론가상, 관객상등 3개부문을 휩쓸었고, 봄날은 간다,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나쁜 남자등 한국작품들이 각부문에서 골고루 스페셜 멘션등으로 뽑혔다.

곧이어 다시 올라온 김동호 위원장, 바로 대망의 폐막작 '수리요타이'가 내용과 감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16세기 아유타야 왕국을 배경으로 미얀마의 침공을 전사로서 여왕으로서 막았냈던 태국 역사 속의 영웅이었던 여왕 수리요타이의 일대기라고 소개하며 감독인 MC 차트리찰레름 유콘을 무대로 청했고 유콘 감독은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소감을 말하며 대망의 폐막작 '슈리요타이'의 상영이 시작되었다.

폐막작 '수리요타이'는 개막작에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 접하는 두번째 블럭버스터였다. 영화는 긴 런닝타임 만큼 스케일도 웅장했다. 특히 70마리의 코끼리와 2000명의 엑스트라, 70마리의 말 등을 동원해 찍었다는 태국 여왕 수리요타이가 남편을 대신에 나가 대승을 거두는 전쟁신은 가히 압권이었다.

2001년 부산 국제영화제는 한국의 역사를 그렸다고 할 수 있는 '흑수선'으로 시작해서 태국의 역사적 영웅을 그린 '수리요타이'로 끝이 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끝이 났지만 영화제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또 하나의 시작을 해야될 것 같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무래도 돈 문제인것 같다. 내년이면 정부의 지원금도 끊긴다고 한다. 이제 대외적으로, 국내적호응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정도의 반석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이제 부산 영화제의 관계자는 물론 정부나 부산시, 국민모두의 힘으로 이제는 진정한 영화제로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한 방법을 세우고 영화관도 대관이 아닌 전용관에서 상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해 늦게 시작한 부천판타스틱영화제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민회관과 시청 소향관등이 부천시설과 복사골 상영관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

내년 제7회 영화제는 좀 더 내실있게 치러졌으면 한다.
2001-11-18 00:5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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