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lockwork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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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inging in the rain. Just singing in the rain…." 이 생소하지 않은 멜로디가 들려 올 때쯤, 사람들은 대부분 진 켈리가 불렀던 <사랑은 비를 타고>(1952년)의 멋들어진 장면을 생각한다. 영화 속 진 켈리의 부드러운 음성이 아름다운 사랑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마음에 차분함과 평온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같은 노래로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생산해내는 영화가 있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는 폭력과 함께 여성을 윤간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듯, 지팡이를 장단 삼아 'Singin' In The Rain'을 더욱 멋들어지게 불러낸다. 실제로 진 켈리가 자신의 노래를 망쳐놓았다며 역정을 냈던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1년 개봉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과도한 폭력과 노골적인 성 묘사로 국내 심의 규정을 통과하지 못한 전례만을 보더라도 이는 잘 나타난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심의에 대한 논란을 막론하고, 영화는 파격적인 영상기술과 놀라운 스토리의 전개를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이 영화에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적 천재성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폭력성 짙은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시계태엽 오렌지> 7년 전, <아이즈 와이즈 샷>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 큐브릭 감독은 '테크놀로지의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무색치 않을 만큼, 영화적 신기를 절묘하게 이루어 낸 감독이다. 오손 웰즈 이후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과 연출적인 부분을 절묘하게 조합해낸다는 극찬을 받은 것만 보아도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영화 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샤이닝> <풀 메탈 자켓>과 같은 작품들이 이미 세계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은 이를 더욱 부정할 수 없게 한다. 그의 영화들은 유명세만큼이나 복잡한 논란의 소지를 동시에 쥐고 있다. 그리고 <시계태엽 오렌지>는 이 부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논란이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알렉스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회의 악행을 저지르는 부분들은 페미니스트 등을 비롯한 여러 관객들에게 심각하게 지적당하고 외면당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영화는 여성 윤간 및 마약, 노인 폭행이라는 민감한 윤리 문제까지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영화는 도덕적 퇴락의 극한을 다양한 코스를 통해, 차례대로 관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행위의 주체인 알렉스에게 대부분 관객들은 곧 동정심을 갖게 된다. 무시무시한 루도비코 요법이 그의 앞에 놓여지기 때문이다. 감금과 굴욕이 무색할 정도로 루도비코 요법은 사악한 알렉스를 처절하게 분해해 놓는다. 이것은 마치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가 강 사장을 심문하는 것과 모양새가 매우 흡사하다. 물론 알렉스의 내적 고통은 이보다 더 무시무시했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단순히 폭력성이 짙은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가 극단적인 갈등의 해결을 전제로 사회와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심도 깊게 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의 극과 극을 모두 경험하게 되는 알렉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사회와 자신의 긴밀한 관계를 면밀히 되짚어보게 된다. 어떠한 것이 옳은 것인지를 망각할 정도로. 1970년대의 적나라한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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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0년대를 잘 예언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그 스타일에서 실제로 재현된 부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알렉스와 패거리의 등장만 보더라도, 이는 단숨에 알 수 있다. 비틀즈가 연상되는 더벅머리 스타일의 멤버들은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한 벨벳 소재의 착 달라붙는 의상을 입어, 70년대 초 트렌드를 미리 예언한다. 또한 60년대 후반, 앤디 워홀로부터 시작됐던 팝아트 풍의 그림을 배치함으로써 극에 사용된 미니멀리즘과 함께 70년대 미술 흐름을 매우 잘 예언하고 있다. 영화적 스타일 면에서도 이 부분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70년대 미국영화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줌인과 줌아웃, 다양한 렌즈의 활용, 돌발적인 인서트 컷 등이 <시계태엽 오렌지>의 독특한 영상으로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샘 페킨파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슬로모션과 장난스러운 느낌의 저속 촬영의 활용, 팝과 클래식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감각적인 음악 선곡 역시 그가 시대를 앞선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남들에겐 졸작, 내게는 불후의 명작?' 응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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