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들도 기대를 하지 않은 영화, <할렐루야>

종교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는 어느 정도 한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대부분은 해당 종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들면서 해당 종교인들만을 위한 영화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영화의 내용에 비종교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는 사회적인 소재가 곁들여져야 합니다.

영화 <할렐루야>는 기독교와 사기를 접목시킨 코미디장르의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 <할렐루야>에 대해 기독교의 반응, 나아가서 관객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분히 유치한 코미디 영화로 분류해 버리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영화평론가 홍성진씨의 영화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 사기만 치던 주인공이 우연히 사고를 당한 목사를 만나, 목사 신분으로 변신, 교회 지원금을 노리고 목사 행사를 하다가 개과천선한다는 내용. 제작비의 90%가 인건비로 들일 정도로 예배 장면에서의 엑스트라가 동원 장면이 많다. 장면 장면에 스타들의 잠깐 출연이 재미를 더해 준다. 관객 동원 31만으로 그런 대로 성공작."

종교영화가 아닌 코미디영화로 분류된 <할렐루야>

 영화 할렐루야 포스터
ⓒ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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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소재로 해서 제작한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개봉했을 때 기독교인들에게는 외면을 당한 것 같습니다. 아니 무시를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 <할렐루야>라는 영화가 기독교인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일까요? 아마도 기독교인들은 <할렐루야>를 종교영화의 범주에서 생각하지 않고, 코미디영화의 범주에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할렐루야는 종교영화가 아니라 코미디영화였습니다. 종교인에게 있어서 종교영화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벤허>, <미션>과 같이 영화를 보고서 해당 종교에 호감을 갖거나 종교인이 될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보기에는 <할렐루야>라는 영화는 비록 종교를 다루었지만, 코미디로 그친 영화였으며, 기독교의 모습을 희화화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내린 것 같습니다(최근에 바퀴달린 십자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할렐루야>가 기독교를 코미디 소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받았었습니다. 어찌 보면 오늘날 기독교의 모습이 더 코미디로 전락해 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조금 안타까운 부분 중의 하나는 오늘날 종교인들의 종교 생활이 날마다의 삶이 아니라 일주일 중의 하루 혹은 이틀에 국한되는 현상도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주일에는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고 경건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날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종교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생활을 희화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코미디로 바라보고 웃어넘기기만 하는 것입니다.

신학생의 입장에서 <할렐루야>를 보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서는 <할렐루야>라는 영화가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색다르게 고민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렐루야>라는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신학대학원 기숙사에서 동료들과 시간보내기 위해서 본 것이었습니다. 비디오를 빌리러 간 친구에게 비디오 선택권을 전적으로 위임했기 때문에 빌려온 <할렐루야>에 대해서 그다지 불평이 있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영화는 우리(교회 전도사들)가 봐주지 않으면 누가 봐주냐며 본 영화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는 달리 신학생, 전도사들에게는 교회의 종교생활이 삶의 전부 혹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렐루야>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을 그냥 쉽게 웃고만 넘길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박중훈, 이경영)들의 연기 덕분에 실컷 웃으면서 왜 우리의 교회에서는 경직되고, 형식적인 틀에만 집중할까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차태현이 불량학생으로 등장해서 개과천선하는 부분에서는 뒤집어지면서 현재 교회에서 말썽을 부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부교역자(부목사)가 주차되어 있는 차를 빼는 장면을 보면서 교회에서 전구를 갈아 끼우는 동료 전도사의 애환과 교차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양적인 팽창만이 종교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동료들과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영화는 박중훈과 이경영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급조된 결말은 어색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을 코믹하게 끄집어내다가 결말 부분에서는 회개라는 종교적 모티브를 통해서 영화의 급조된 결말도 용서를 받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영화 도중에 나타나는 순간순간의 내용이 우리 전도사들의 삶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할렐루야>는 오늘날 기독교인으로서는 한번쯤 봐도 괜찮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전도사들이나 신학생들은 <할렐루야>를 보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교회의 모습과 비교해보고, 어떤 부분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면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관람했는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많은 고민과 생각을 남겨준 영화였습니다. 그렇지만 31만의 초라한 흥행과 함께 주변의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에 "강추"라고 감히 말도 하지 못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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