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진 남자를 형상화한 <땅위에 쓴 글>
ⓒ 부산국제영화제
이란의 알라 모하미드 가세미 감독이 20년만에 만든 장편인 <땅 위에 쓴 글>( 이란, 2005, 78분, 35mm, 컬러)은 신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한 남자가 간절히 바라던 첫 아이를 사산하고, 두 번째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아내를 읽은 후 상심에 빠진 한 심리세계를 그린 독특한 영화다.

주인공 남자는 그가 절대적으로 복종하던 신이 왜 자식과 아내를 함께 잃게 하였는지 묻지만, 신은 묵묵부답이다. 절망에 빠진 남자는 자기 자신을 자해하다가 급기야 키우던 양을 죽이고 집을 불태우는가 하면 주위 어린아이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가족을 잃은 상심에 빠진 사람들을 보고 남자는 위안을 삼는다.

▲ 딸을 살인자로부터 필사적으로 지키려하는 여인
ⓒ 부산국제영화제
그러나 그가 연쇄 살인범인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그를 쫓기 시작하고, 쫓기던 남자는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에게 구함을 받는다. 남자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모르는 여인과 가족과 같은 단란함을 아이와 함께 나눈다.

그러나, 어느날 아이를 살해하려던 남자를 발견한 여자가 필사적으로 아이를 구하기위해 도망치고, 남자에게 쫓기던 여자는 아이만 혼자 배에 태워 떠나보낸다.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탄 배를 쫓아가던 남자는 물 속에 빠져 죽게 된다.

▲ 딸을 지켜낸 엄마
ⓒ 부산국제영화제
이처럼 <땅 위에 쓴 글>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은 마치 그림 하나하나를 보는 듯하다.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로 절망적인 남자의 포효하는 모습을 담았고, 푸른 화면의 갈대밭이 무척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가운데, 남자의 절망적인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땅 위에 쓴 글>은 대사 대신 기도하는 모습이나 울부짖는 모습 등, 이미지와 분위기로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는 영화다. <땅 위에 쓴 글>은 과감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과 편집으로 고통과 절망에 찬 인간과 신을 원망하는 인간의 모습,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 등을 잘 표현해 우리로 하여금 신과 죽음,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땅위에 쓴 글>을 연출한 이란의 알리 모함마드 가세미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알라 모하미드 가세미 감독은 모든 것을 잃은 인간에게 생길 수 있는 원초적인 모습을 독특한 화면으로 시각화하였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신을 원망하며 아이들을 살해하던 남자가, 결국 아이를 지키려하던 여인을 쫓다가 늪에 빠져 죽는 장면은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알라 모하미드 가세미 감독은 1970년 이란 말라예르에서 출생하였다. 이란 청년영화협회에서 8mm 단편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 경력을 쌓기 시작한 감독으로, <땅 위에 쓴 글>은 감독이 20년만에 제작한 장편영화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됐다. 단편영화 연출 외에도 스틸 사진 작업, 편집, 촬영감독 등으로 다양한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으며 유고슬라비아의 에데온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낙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낙타들>, 숲에서 이방인의 침입과 이를 막으려는 원주민간의 쫓고 쫓기기를 보여줬던 <이방인과 원주민>, 기이하고 강렬한 <땅 위에 쓴 글>은 알리 모하메드 가세미가 독특한 방법으로 인간의 어두운 세계를 영화화하는 감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2005-10-14 12:2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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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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