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원정기>의 세 주연배우와 황병국 감독(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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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부산국제영화제 종반을 앞두고 폐막작 <나의 결혼원정기>가 첫 공개 시사회를 가졌다. 13일 오후 1시,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나의 결혼원정기>는, 상영 직후 3시 30분부터 황병국 감독과 정재영, 수애, 유준상 세 주연배우가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그간 '부산의 저주'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역대 폐막작 작품으로 선정되었던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징크스에 시달렸다. 작년 폐막작으로 선정된 <주홍글씨>도 마찬가지. 대중성에 어필하는 유쾌한 상업영화를 표방한 <나의 결혼원정기>로서는 영화에 대한 첫 평가가 신경쓰이는 것은 당연지사.

감독과 배우들은 폐막작에 쏠리는 언론의 관심과 기자 시사회의 분위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듯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 소개를 맡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가 올해 폐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하여 감독과 프로듀서가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오늘 막상 공개된 영화의 반응을 보니, 이젠 마음을 놔도 될 것 같다"는 재치있는 농담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기자 회견에 참석한 배우들은 초반에 다소 부담스러웠던 듯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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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무더위와 사투리가 가장 힘들었다"

- <나의 결혼원정기>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처음 공개되었다
정재영(이하 정): "우선 우리 작품이 이번에 폐막작으로 선정된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오늘 저도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감회가 새롭더라. 감독님 말씀으로는 공개된 버전이 처음 의도의 90% 정도 완성된 느낌이라고 하시던데, 좀 더 가다듬어서 정식 개봉 때까지는 120%로 완성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

수애(이하 수):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오게 되어 무척 설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즈베키스탄에서 어렵게 촬영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생각나더라. 굉장히 감사하고 앞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재영은 전작에서의 강한 이미지와 달리, 소탈한 모습과 말투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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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개봉시에 일반 관객을 만나는 것과, 이렇게 영화제에서 만나는 관객들과 느낌이 다른 점이 있을까?
: "아직 일반 관객을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는데….(웃음) 원래 이렇게 긴장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렇게 격식 있는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아무래도 평가를 받는 느낌이 들다보니 평소보다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일단 영화제에 오시는 관객들은 일반 관객들에 비하여 좀 더 적극적인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아닌가. 그런 관객들이라면 우리 영화에 좀 더 너그럽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 영화에서 결혼 못한 농촌 노총각이나, 탈북자, 산업연수생처럼 사회 주류와 동떨어진 주변부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황병국 감독(이하 황): "여주인공이 탈북자라는 설정을 끌어들이게 된 동기는, 우연히 TV를 보다가 해외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탈북자의 장면을 몇 차례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극중 라라의 캐릭터는 원래 고려인 교포였다. 만택이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고 마음을 고백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에 주인공들의 연애가 마지막에 잘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고려인 교포라면,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탈북자라면(좀 더 극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기에) 상황이 좀 달라진다. 농촌 노총각이나 극중에 잠깐 등장하는 산업 연수생들 같은 사회적 비주류를 통해 하고 싶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남의 나라에서 돈으로 신부를 사오고 가난한 외국인이나 불쌍한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싶었다."

 영화의 감초 역할을 맡았던 유준상, 기자회견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를 자임하며 세 배우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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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은 각자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촬영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유준상(이하 유): "3개월간의 준비기간 동안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사실 좀 막막했다. 그런데 크랭크인에 들어가기 전 예천의 한 미용실에서 엄청나게 쎈 파마를 했다(웃음). 머리가 어찌나 심하게 뽀글거리던지, 이게 다시 풀리기는 할까 걱정이 됐는데, 거울을 보고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폭소) 그때부터는 아예 촬영할 때 거울도 안 보고 그냥 편하게 연기했다.(웃음)"

: "날씨가 무척 더웠다. 기온이 거의 5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여서 화장을 해도 자꾸 지워져서 애를 먹었다. 특히 정재영 선배는 낮에 계속 뛰는 신이 있어서 무척 힘들어 하시더라."

- 수애씨는 지금까지 역경을 이겨나가는 꿋꿋하고 생존력 강한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수애는 언론의 관심에 긴장한 듯, 기자회견 내내 평범한 질문에도 다소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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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의 아니게 그런 역할만 계속 해온 것처럼 보였는데. 굳이 특정한 캐릭터를 따지면서 연기를 했던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무슨 역할이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 이 작품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모두 결혼을 못해서 외국에서 여자를 수입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농촌 총각들을 비하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후반부에 탈북자라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설정이 과연 어떤 메시지로 사용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약간 굳은 표정으로)농촌 총각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결혼하지 못한 총각분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찾는 것은 실제로 벌이지고 있는 사회현상이고, 신기한 일도 아니다. 해외 많은 나라도 그렇듯이, 신부감을 외국에서 찾는 것은 우리 나라만의 일이 아니지 않나.

또한 탈북자 문제는 이런 설정을 만일 5년, 10년 전에 영화에서 다루었다면 크게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해마다 중국이나 해외에서 몇 천명씩의 탈북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탈북자를 다루었다고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극중 라라의 캐릭터가 탈북자라는 설정에 크게 어떤 숨겨진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황병국 감독은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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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에 사투리라든가 우즈베키스탄어 대사가 많은데, 배우들이 대사 전달에 부담이 많았겠다
: "고향이 경북 예천이다. 극중 만택과 희철이 예천 사투리를 쓰는데 이 지방의 사투리는 영남 지방과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하지만 사투리를 지나치게 잘 해도 오히려 관객들에게 대사 전달이 정확히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대사의 경우에는, 표준어를 쓰면서 사투리의 뉘앙스만 살리는 식으로 조절이 필요했다."

: "예천에서 감독님 친구가 많이 사시는데 같이 사투리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저희가 잘 못해도 그분들이 먼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 "외국어 대사가 많아서 우즈베키스탄어 선생님을 두고 매일 같이 수업을 받았다."

: "저 같은 경우는 연속 세 작품을 계속 사투리 쓰는 캐릭터만 맡았다. 무슨 사투리 전문배우도 아니고(웃음). 극중 만택은 언제나 반응이 한 박자 느린 캐릭터다. 그런데 말투는 성격에 맞지않게 빠르다. 예천 사투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말투가 빨라서 만택의 캐릭터와 상충되는 부분에 관해 페이스 조절이 필요했다.

: "제가 라라의 캐릭터를 좀 더 보충설명하자면, (수애의 답변이 너무 짧아서) 라라는 사정상 신분을 감추기 위해 사투리를 쓰지 않고 서울말에 가까운 표준어를 구사하는 캐릭터다. 원래는 고향인 이북 신의주의 말투를 써야 하는데 만택과 단 둘이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만 신의주 사투리가 잠시 드러나고, 그 이외에는 계속 약간 어색한 서울말을 구사한다."

 폐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타 배우들의 모습에 수많은 언론들의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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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막식 기자시사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처음 감상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다소 긴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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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표정도 차츰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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