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종>의 한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유일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는 젊고 새로운 아시아 감독들의 장편을 선정하여 경쟁하는 부문으로, 올해는 새로운 형식과 실험정신으로 충만한 감독들의 작품 11편이 경쟁한다.

뉴커런츠 부문에 선정된 <망종>(중국/대한민국, 2005,109분, 35mm, 칼라)은 1962년 중국에서 출생한 조선족 장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PPP에 출품, 선정되어 제작된 영화다.

▲ <망종>의 한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망종>은 중국사회에서 소수 민족인 조선족 여인이 남편과 헤어져 아들을 키우면서 생계를 꾸려나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팔면서 벌어지는 여인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가난한 여인 순이는 김치를 팔아 혼자 살아가다, 외로움을 못이겨 조선족 유부남과 정을 통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탄로가 나 부인에게 망신을 당한다. 정을 나누었던 유부남 김씨는 아내의 추궁에 돈을 주고 매춘을 하였다고 한다.

▲ <망종>이 상영된 후 관객과 대화하는 장률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순이는 김씨 아내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는, 믿었던 이에 배신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에 더해 순이에게 김치 파는 일을 도와주었던 경찰관 왕은 경찰에 연행된 순이의 몸을 갖는 대가로 순이를 경찰에서 풀어준다.

의지하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에 이어, 아들이 사고로 죽자 순이는 냉혹한 현실에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순이는 경찰관 왕의 결혼식 피로연 음식으로 부탁받은 김치에 독을 넣는다. 씨를 뿌리는 계절(망종)에 그녀는 죽음의 씨를 뿌린다.

영화는 시종 고정 카메라로 순이의 비극적 삶을 따라가며, 절제된 대사와 순이의 표정으로 절망적 상황을 표현한다. 아들을 잃은 후 물고기 연을 들판에서 날리는 순이의 모습은, 너무나 처연하여 가슴을 저리게 하는 장면이다. 순이의 비극은 순이 혼자만의 비극이 아니라고 장률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다.

중국인 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외로움과 절망감을 이 영화는 잘 표현해내고 있는데, <망종>은 비단 소수민족의 비극은 조선족뿐만 아니라는 보편성을 내재하고 있다.

▲ <망종>의 한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망종>에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중국사회의 문화다. 순이를 스쳐가는 춤꾼 행렬이라던지, 각가지 물고기 연을 날리는 장면 등, 틈틈이 중국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순이의 외로움을 배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마지막, 들판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장면을 끝으로 자막이 올라가는데, 자막의 배경을 발자국으로 처리하여, 관객에게 암담하고, 처연한 느낌과 가슴을 막막하게 하는 느낌을 극대화시킨다.

장률 감독이 2001년에 제작한 단편영화 <11>은 베니스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올랐었으며, 2003년에 제작된 첫 번째 장편 <당시>는 로카르노영화제와 밴쿠버, 런던, 홍콩,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망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어 프랑스 독립영화 배급협회상(ACID)을 수상했으며, 2005 페사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2005-10-14 08:5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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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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