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은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젊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포착해내는 시선이 돋보였고, 천정명, 김강우, 이천희, 조이진으로 이어지는 신인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다할 스타도 없고 대규모 상업영화들이 득시글거리는 6월의 극장가에서 버텨나기에 <태풍태양>은 너무 '착한 영화'였다.<고양이를 부탁해>를 통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소녀들의 불안정한 감수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던 정재은 감독은 <태풍태양>에서도 변함없이 낙천적인 청춘예찬을 펼쳐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정재은 감독을 '관객과의 대화'가 펼쳐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부드러운 인상만큼이나 친근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던 정재은 감독은 인터뷰 뒤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성실하게 대화에 응했다.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보면 항상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이야기하는 정재은 감독은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영화를 계속 만들 생각이다"라고 재치있게 대답하여 웃음을 자아냈다.정재은 감독 단독 인터뷰-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던지, 그리고 부산에서 상영되는 <태풍태양>이 편집과정에서 보강되거나 변화된 부분이 있는지 "부산 영화제의 분위기야 뭐 항상 열정적이고 좋지 않나. 젊은 관객들이 생각보다 이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별다른 편집본에 대한 계획은 없고, 이번에 상영된 <태풍태양>은 월드 와이드 버전이다."- <태풍태양>이 극장 개봉 시기가 안 좋았다. 전작도 마찬가지지만 배우들도 기성 스타급보다는 신인급이 많았는데 혹시 천정명이나 이천희가 조금만 빨리 떴더라도 결과가 좀 달라졌을까? "뭐, 그 정도 떠 가지고는 아직…(웃음). 영화를 찍을 때 특별히 신인배우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 그 나이대의 배우 중에서 어차피 대스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 문근영 같은 특별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신인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무척 즐겁다. 내 영화에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 항상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아무래도 스타일상 신인배우들이 더 적합한 것 같다."
 태풍태양
ⓒ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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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대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즐겨 다루는 것 같다"내 관심이 그런 쪽에 많은 것 같다.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어떤 사람들은 '저거, 니 이야기지?'하고 지적하기도 한다(웃음). 그래서 내용상 신인배우들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일정한 시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한걸음씩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곤 한다."- 젊은 사람들의 문화에 관심이 각별한 것 같은데, 특별히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팅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그동안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라는 점에서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익스트림 스포츠 중에서도 인라인 스케이트는 굉장히 위험한 운동이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훈련을 하면서도 다치는 경우가 많이 나왔다. 이렇게 위험한 운동인데도 젊은 사람들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져드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관객과의 대화- 관객들은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중에서는 정재은 감독의 열렬한 팬들이 적지 않았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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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은 감독은 젊은 세대에 어느 정도 지지층이 있는 감독인데, 영화가 개봉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상업영화에 편중된 언론의 무관심으로 영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탓도 큰 것 같다"글쎄. 내가 언론에 가지는 불만이라면, 나를 이야기할 때 항상 내 영화보다는 '여성감독'이라는 점과 여성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어려움' 같이 특정한 범주에서 나를 해석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영화의 흥행에 있어서는 다른 것보다, 국내 영화계에서 작품별로 영화의 규모에 맞게 마케팅 구조를 좀 더 다원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매주 5편씩 새로운 영화들이 쏟아지는데 수십 억씩을 들여서 똑같은 방식으로 소수의 영화가 개봉관을 독점하는 방식이 계속되고 있다. 다양성을 고려해서 작은 영화는 작은 영화대로, 좀 더 다양하고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마케팅 구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차기작에 관련된 기대가 많은데"다음 작품은 아마도 호러 영화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갑자기 웬 호러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호러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왔다. 오래 전부터 세 번째 영화는 반드시 호러를 연출하겠다고 결심해왔다. 현재까지는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그동안은 세상을 좋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세상에 대한 원한과 원망을 마음껏 담아내는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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