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결혼원정기> - 정재영과 수애는 언밸런스 커플이지만, 영화에서는 묘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 PIFF
나이 서른 여덟이 되도록 연애는 고사하고 여자 눈도 한 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순박한 농촌 총각 만택(정재영). 같은 노총각 신세인 동네 죽마고우 희철(유준상)과 밤늦게 동네가 떠나가도록 술주정이나 하는 것으로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달래는 만택을 보다못한 집안 어른들은, 마침내 만택에게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신부감을 공수해오라는 특명을 내린다.

마침내 '절대사랑'을 찾기 위한 국제결혼원정대가 출범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만택과 허풍이 심한 바람둥이 희철의 반쪽 찾기는 시작부터 험난하기만 하다. 현지 통역이자 가이드로 합류한 라라(수애)는 어떻게든 만택의 맞선을 성사시켜주려 노력하지만, 만택의 어리숙함으로 일은 번번이 틀어지기만 한다. 과연 결혼 원정대의 험난한 미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돋보여

제10회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폐막작으로 선정된 <나의 결혼원정기>는 대중적 성향이 강한 작품에 관대했던 부산의 전통을 따라 편안한 웃음으로 승부하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비트> <무사> 김성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나의 결혼원정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황병국 감독은,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을 소재로 삼아 유쾌하고 따스한 코미디를 펼쳐보인 바 있다.

전작에서 주로 터프한 마초 역할을 자주 맡았던 정재영이 이미지를 바꾸어서 촌스럽고 어리숙하지만 속마음만은 따뜻한 농촌 노총각 만택을 연기한다. 연기를 위해 사투리를 배우고 일부러 체중을 늘렸다는 정재영은 영화 속에서 비대해진 모습으로 특유의 샤프한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한결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상투적인 전개 속에서 힘을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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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고전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던 수애는, 씩씩하고 야무진 현지 가이드 라라 역을 맡아 영화 초반 다소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시 그녀의 장기는 후반부 드러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멜로 연기 쪽이다. 여기에 TV와 영화,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방위 연기자로 활동하는 유준상이 꼬불꼬불한 파마 머리에, 제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불사하며 영화의 코믹한 감초가 되어준다.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한 앙상블을 이루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는 이야기는, 제 짝을 찾지못한 농촌 총각의 국제 결혼이라는 분명한 현실적 소재를 지나치게 단순화-희화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구나 영화의 후반부, 라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갑자기 탈북자라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튀어나오는 장면은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쯤에서 상업영화의 외피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영화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의 설정은 딱 거기까지만이다. 멜로의 극적 구조를 강화하는 소재주의에서 그칠 뿐,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 민감한 사회적 현안을 끌어들이면서도, 가볍게 다루고 마는 상업영화의 상투성은 다소 아쉬움을 준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전반은 코미디, 후반은 신파라는 국내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충실하게 답습하는 대중적인 장르 영화다. 그러나 아직 정식 개봉 전까지 편집이 덜 된 탓인지는 몰라도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던 전반부에 비하여 후반부, 인물들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멜로 구조는 다소 비약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져서 뒷심이 좀 달려보인다.
2005-10-14 09:2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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