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향기다. 청춘은 힘이다. 청춘의 명령이고 무리한 일이라도 그것은 청춘의 입을 통하여 나오면 당당한 명령으로 성립될 수 있듯이, 청춘의 명령은 청춘을 가진 사람만이 감행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청년이여,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그러면 다 해결되게 되어 있어.

▲ 청년이여,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그러면 다 해결되게 되어 있어. ⓒ PIFF


여기에 나오는 여주인공 수연(차수연)은 1982년생의  한참 핀 꽃에 비유할 수 있다. 수연의 집안은 중산층이고 그녀 또한 외모지상주의에 반항하는 듯이 중성처럼 행동하고 중성처럼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냥 막연히 뭔가가 될것 같은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

그녀의 꿈은 잘 나가는 뮤지션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 그냥 대단한 뮤지션이 될 것 같은 착각으로 나날을 허비한다. 관객은 그녀를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갑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이를 노린 것이라면 효과적이다.

그녀는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주위에는 역시 뮤지션을 하는 갓 제대해서 복학한 남자친구, 동호(유하준)가 있고, 집에서 나온 수연은 동호의 공간에서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난 유학을 갈꺼야. 그리고 성공을 할 꺼야.

▲ 난 유학을 갈꺼야. 그리고 성공을 할 꺼야. ⓒ PIFF


몸을 주어도 마음을 주지 않는 수연. 수연은 갓 미국에서 돌아온 뮤지션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걸 간파한 미국에서 돌아온 뮤지션 남자는 그녀에게 "대뜸 한번 집으로 놀러와" 하는 청을 받고, 그녀는 이제 그녀의 꿈이 이루어진 듯, 그 남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미 그 남자에게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갈 곳이 없게 되자 다시 동호를 찾는다. 동호 역시 이런 수연의 캐릭터와 비슷비슷한 경우다. 동호도 대학 선배 밑에 뮤지션 생활을 하지만 너무 능력이 없어 쫓겨난다.

미국에서 돌아온 뮤지션 남자도 동호와 비슷한 인물이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지만, 한곳에 정신적으로 정착을 할 수 없는 지적 유목민. 그는 항공사 여직원의 원룸에서 제 집처럼 생활하고 이곳으로 딴 여자를 끌여들일 만큼 뻔뻔한 구석도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잘 보이면 성공할 수 있는 듯이 수연에게 말하고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영화의 양념구실을 하는 항공사 직원 여자의 당당한 행동에는 언제나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린다. 마치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대비처럼 극명하게 보여준다.

너 이제보니 날 이용했지 ? 그래...난 널 이용했어. 그래서 왜 ?

▲ 너 이제보니 날 이용했지 ? 그래...난 널 이용했어. 그래서 왜 ? ⓒ PIFF


 
세상을 향해 투정할 수도 있어... 꿈이란 뭔지 정말 모르겠어.

▲ 세상을 향해 투정할 수도 있어... 꿈이란 뭔지 정말 모르겠어. ⓒ PIFF


1982년생 수연의 자화상이지만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초상화이다. 지금 이 시대의 아무런 목표도 일거리도 없이 방황하는 청춘의 멜랑코리한 니힐과 몽상과 몽환, 망상을 속도감 있게 그린 영화이다.

대사가 그리 많지 않지만 중간중간 삽입되는 음악은 영화의 효과를 높인다. 대사 역시 대학가의 은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보는 관객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는 한국 가정의 시급한 현실의 이야기이다. 대학졸업까지 공부를 시켜도 취직하지 못하는 자녀를 둔 가정은 한 둘이 아니고, 이러한 사회적인 배경을 암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주인공에게 갑갑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그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은 충분히 가지만 왠지 아쉬운 것은, 영화를 통해 뭔가 기대하는 관객에게, 아무 것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영화 초입과 엔딩의 장면은 공항의 대합실의 공간이고, 넓은 유리창 너머 보여지는 산너머 저 쪽의 희망을 찾아 내는 일은, 수연와 동호의 함께 앉아 있지만, 각자 찾아야 할 몫이다. 그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이 시대에서는 절망보다 구하기 힘든 청춘의 희망 말이다.

젊은 날의 초상화 난 누구지 ? 정말 모르겠어.

▲ 젊은 날의 초상화 난 누구지 ? 정말 모르겠어. ⓒ PIFF


충무로의 샛별 유하준(동호)과 차수연(수연)수연은 GV에서 "영화 속의 수연은 자신을 약간 닮은 곳이 있다. 그러나 역할의 수연처럼 행동하기 위해 일부러 못생긴 분장을 했다"며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것에 대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승영 감독은 GV 를 통해 "나는 동호처럼 소심한 남자는 아니다. 동호의 순수함이 사람에게 꿈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삶의 진실성을 추구했다" 고 말한다.

<여기보다 어디엔가> GV의 유하준과 차수연

▲ <여기보다 어디엔가> GV의 유하준과 차수연 ⓒ 송유미


PIFF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는 총 7편이 초청되었다. <여기보다 어디엔가>는 저예산 혹은 독립적으로 제작된 인디 영화이다.

유하준(동호)는 2003년 영화 '써클'로 데뷔, '하류인생' '중천'에 출연한 바 있고,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성유리의 이복오빠로 출연하기도 했다.

차수연(수연)은 2004년 KBS 드라마 '알게 될거야'로 시청자에게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영화 '별빛 속으로'에서 여고생 수지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열연했다. 빅뱅의 새 앨범 '거짓말' 뮤직비디오에 출연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IFF 리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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