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라고 해봐야 중학생 3명, 초등학생 3명이 전부인 시골의 작은 학교. 이 곳에 도쿄에서 오사와라는 잘생긴 남학생이 전학을 온다. 여중생 3명 중 유일하게 중2인 소요는 동갑내기인 오사와에게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후나키를 기다리며>, <바보들의 배>, <린다린다린다>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온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참으로 건강하고 싱그러운 영화다. 오사와의 등장과 함께 여중생 3명은 오사와를 사이에 두고 잠시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곧 동갑내기인 소요와 오사와가 쉽게 맺어지는 걸로 정리가 된다.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스틸컷

▲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스틸컷 ⓒ Piff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유일한 갈등 요소는 오사와와 소요가 이대로 행복하게 사귀게 되느냐 뿐이다. 소요는 자신도 고작 중학교 2학년에 불과하고, 정작 그녀 자신도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마음을 쓰며 안절부절 하는 마음 여린 소녀에 불과하지만, 학교에서 가장 맏언니이기에 아이들 앞에서는 강하고 당찬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런 소요이기에 자신보다 한 살이 어린 두 명의 여중생 친구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오사와에게 쉽게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머니의 천식 때문에 어머니의 고향으로 내려온 오사와는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답답해한다. 자꾸 시내 구경을 나가고 싶어하고, 결국 고등학교도 시골 읍내의 고등학교 대신, 도쿄의 고등학교로 나가려고 생각한다. 소요는 오사와와 함께 읍내의 고등학교를 등교하는 것을 상상하지만, 도쿄로 가겠다는 오사와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후나키를 기다리며>와 같은 초기작에서 세상과 소통을 멈춘듯한 인간 군상을 영화에 그려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린다린다린다>에서 유쾌한 청춘의 소동극을 그려낸데 이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는 청춘들의 소소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내고 있다.

노부히로 감독은 감정의 과잉이나 과장된 사건 없이도 중2 여름부터 중3 겨울에 이르는 1년반 남짓한 시간동안 계절당 한 편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으로 청춘의 감정을 훌륭하게 잡아내는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인다.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스틸컷

▲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스틸컷 ⓒ Piff


또 하나 영화의 매력이라면 아이들의 연기이다. 주인공인 소요를 연기한 아이돌 스타 카호는 남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얼굴 표정과 행동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으며, 꼬마아이들의 명랑한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극적 갈등보다는 일상에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공간을 풍요롭게 잡아내는 풍경의 인서트컷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며 감정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유도해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내용의 영화들이 최근 일본 영화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미니멀리즘 성향이 강해진 일본 영화계에서 이러한 청춘의 소소한 이야기는 최근 수없이 반복되어 온 테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영화 자체로는 참 건강하고 좋은 영화지만, 새로운 틀을 창조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쉽다라는 대답만이 남는다.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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