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해운대와 대연동 상영관 사이를 오가는 영화제 셔틀버스

▲ 셔틀버스 해운대와 대연동 상영관 사이를 오가는 영화제 셔틀버스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제측의 관객서비스에 대해 성의없다고 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이름뿐인 관객배려에 있다. 상영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그 중의 한 부분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닷새째로 접어든 지난 8일 오후. 기자는 셔틀버스 실태도 알아볼 겸 해운대 상영관으로 가기 위해 대연동 CGV 건너편에서 서 있던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출발시간을 몇분 앞두고 있었지만 앉아있는 사람이 몇 명되지 않았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은 모두 4명. 45인승 버스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새롭게 상영관으로 추가된 CGV 대연은 주 상영관인 남포동이나 해운대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개막전부터 상영관을 옮겨다니는 관객들의 동선에 불편을 줄 것으로 예상되어 왔던 곳이다. 

 

이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관객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겠다'며 셔틀버스를 마련했고, 영화제 기간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시 정각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평일 낮시간대라고 해도 영화제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셔틀버스의 이용객 수는 너무 적었다. 상영관마다 매진작품이 속출하며 부산으로 온 영화원정대의 열기가 남아있는데, 남포동과 해운대를 오가는 버스마다 상영관을 옮겨다니는 관객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널널하게 좌석이 남아도는 셔틀버스에는 그런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전 기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버스에 사람이 많이 없네요. 원래 이래요?

"네. 많이타야 너댓명만 타는 것 같아요."

 

- 주말에는 그래도 손님이 많지 않던가요?

"조금 있긴 했어요. 한 열 명 조금 넘었던가?"

 

- 어디로 갈 때가 가장 많아요?

"대연동에서 해운대 갈 때는 그래도 예닐곱 명 돼요. 해운대에서 대연동으로 올 때는 서너명 정도고."

 

셔틀버스 안내판 상영시간과 무관하게 운영된다는 글귀가 선명한 안내판, 셔틀버스가 실용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 셔틀버스 안내판 상영시간과 무관하게 운영된다는 글귀가 선명한 안내판, 셔틀버스가 실용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준비한 셔틀버스. 하지만 관객들은 셔틀버스를 외면해 버렸다. 한번에 편하게 앉아가는 셔틀버스를 놔두고, 자기 돈을 들여가며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영화관람에 아무런 도움을 못주기 때문이다. 정시상영 원칙에 따라 1분이라도 늦으면 못 들어가는 상영관이지만, 매시 정각에만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가는 영화시간대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다. 버스를 놓쳤을 경우 1시간 뒤에 있을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관객은 결국 불편을 감수하면서 다음 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셔틀버스 운영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매우 형식적인 배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상영시간이나 관객의 동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배차시간은 효용성을 떨어뜨려 놨기 때문이다.

 

남포동과 해운대로 상영관이 갈라지며, 셔틀버스를 마련해 달라는 관객들의 요구는 지난 수년간 있어왔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인지 아님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영화제측은 별다른 반응이 없없고, 관객들은 1시간여 거리를 힘들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피프 파빌리온 영화제 본부인 피프 파빌리온 야경

▲ 피프 파빌리온 영화제 본부인 피프 파빌리온 야경 ⓒ 성하훈

 

그러던 것이 이번에 부득이하게 CGV 대연을 상영관으로 추가하면서 관객들의 동선을 불편하게 만든 것에 면목이 없었던지 부산영화제는 '고맙게도' (?) 관객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준비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가 셔틀버스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실용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었다.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1분 1초가 급한 관객들에게 1시간 간격으로 배차되는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영화제 또한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영시간과는 무관하게 운영되는 셔틀버스는 결국 그것이 형식적인 관객편의라는 것을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사소한 부분이겠지만, 그 사소함이 안겨주는 서운함은 매우 큰 것이고, 관객들이 키워온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을 외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사례에 기인한다.

 

부산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부산영화제 게시판에 올려진 셔틀버스 부분에 대한 누리꾼의 지적

▲ 부산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부산영화제 게시판에 올려진 셔틀버스 부분에 대한 누리꾼의 지적 ⓒ 성하훈

 

7일 밤 해운대 한국콘도에서 만난 영화 동호회 회원인 이재철씨와 20대 여자관객 또한 관객 배려가 부족한 부산영화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각각 3년차와 7년차 관객으로 자신들을 피프폐인으로 소개한 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관객들에 대한 세밀한 배려가 부족한 부산영화제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표 구하기가 너무 힘들고 ▲예매시스템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미흡하며 ▲GV(관객과의 대화)에 대한 공지가 원활치 못하고 ▲상영관을 떨어뜨려 놔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 등이 이들이 지적한 부분.

 

영화제의 덩치가 너무 커져서 관객들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평가한 이들은 "관객 서비스면에서는 전주나 부천의 세세함이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남포동에서 가진 관객 좌담회 참석자들 또한 이 부분에 공감했다. "프로그램이 뛰어나 관객들이 몰리지만 이것만 가지고 관객서비스를 소홀히 하면 앞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큰 것을 바라기 보다는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묻어 있다.

 

12년동안 일방적 지지를 보내온 관객들에게 부산영화제가 앞으로는 제대로 답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보내는 외사랑에 더이상 서운함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영화제가 가까워오면 늘 설레임이 있어요. 관객배려가 제대로 안돼 어떤 때는 화도 많이 나지만 불편한 점들 많이 개선해서 더 나은 영화제로 더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바람은 소박하기만 했다.     

 

"관객불만, 자원봉사자 입장에서도 공감합니다"

안내담당  자원봉사자 장수영씨

 

 
 안내팀 자원봉사자 장수영씨

안내팀 자원봉사자 장수영씨 ⓒ 성하훈

 

대연동 CGV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장수영씨도 관객들의 말하는 부산영화제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문제점을 지적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던 그는 바로 앞에서 운영되는 셔틀버스가 관객들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고 평가한다.

 

"차라리 몇사람 안타는 셔틀버스보다는 방향이 같은 관객들이 택시합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셔틀버스 형식적이다.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저도 속상하거든요"

 

10회 때 처음 자원봉사자로 나선 경험이 있고, 이번 12회에 다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장수영씨 역시 스스로가 밝히는 피프폐인이다. 관객으로서만 참여하다가 애정이 커졌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 매력에 빠져 지난해도 지원했지만 아쉽게 떨어졌고, 아랑곳 없이 올해도 지원해 다행히 이번에는 선발됐다. 뽑아만 준다면 매해 참여하고 싶은 것이 그의 욕심이다.

 

그렇지만 그 또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영화제 측이 관객들의 입장을 좀더 생각해 주지 못하는 것이 그에게도 안타깝게 보이기 때문이다. 정시상영 원칙은 지켜져야 할 원칙이지만 멀리서 부산까지 영화보러 왔다가 못들어가는 관객들을 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1분이라도 늦어서 관객을 못들여 보낼거면 일부라도 환불해 줬으면 좋겠어요. 돈버려 시간버려 관객들도 속상할 것 아니예요."

 

국제영화제지만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또한 그가 갖는 아쉬움이다.

 

"표를 젊은 사람들이 독점을 하니까 외국인들이 왔다가 영화 한편 못보고 그냥 돌아가더군요. 부산영화제 소문 듣고 왔는데, 표들은 다 매진이고 반환표 구하기도 힘들고 외국인들에 대해 일정부분 티켓을 배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밤샘 영화보기인 '미드나잇패션'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지 않았다.

 

"간식은 안되더라도 쉬는 시간에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마련해 주면 관객들이 참 좋아하지 않겠어요? 그거 몇푼이나 된다고… 영화보는 관객들에게 조금 신경 써주는 모습 보이면 관객들도 감동할 텐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해마다 상영관을 가득 채워주는 관객들. 그런 관객들이 고맙기만 한데, 이번에 불평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니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렇다가 실망한 관객들이 안온다고 할까봐 걱정이예요. 부산영화제 더 크게 발전해야 하는데 말이예요"

 

결국 그가 마지막에 걱정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헤아리려는 마음에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깊은 애정이 숨어 있었다. 

2007.10.11 10:50 ⓒ 2007 OhmyNews
부산국제영화제 셔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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