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꽃 어린애는 크게 보고 아름답게 본다

▲ 주머니 속의 꽃 어린애는 크게 보고 아름답게 본다 ⓒ 부산국제영화제

천재 화가 피카소는 어린이에 대해, "어린이들은 모두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예술성을 잃지 않고 성장하느냐에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자의가 아닌, 원인도 알 수 없이 어두운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2007년 빈폴 뉴 커런츠 어워드 수상작 <주머니 속의 꽃>은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두 형제의 성장통 이야기이다.
 
주머니 속의 꽃 어린이들은 귀중한 우리의 자연자원이다.

▲ 주머니 속의 꽃 어린이들은 귀중한 우리의 자연자원이다. ⓒ 부산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셍 탓 리우의 장편으로 데뷔작이다. <주머니의 꽃>의 리아와 리옴은  학교에서 말썽꾸러기이고 천덕꾸러기다. 언어의 장애를 겪고 있는 두 형제는 방과 후 할일 없이 거리를 헤매거나,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괴롭히며 시간을 보낸다.
 
이 영화는 두 형제의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대사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를 파 한후에 갈곳 없이 멍하니 학교 담장에 기대 앉은 리옴이 포켓 속에 넣어 둔 하얀 꽃을 꽂는 것으로 얼마전에 두 아이는 엄마를 잃었다는 것을 관객에게 은유적으로 설명한다.
 
주머니 속의 꽃 아이들은 어릴적 어머니를 따르고 커서는 아버지를 따른다

▲ 주머니 속의 꽃 아이들은 어릴적 어머니를 따르고 커서는 아버지를 따른다 ⓒ 부산국제영화제

대사보다 지문에 의해 영상이 형상화되는 부분이 많고, 누드의 마네킹이 영화 장면을 거의 지배한다. 이 마네킹의 존재는 수이(아버지)에게는 죽은 아내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밤 늦게까지  마네킹 공장에서 수이가 마네킹을 안고 사포를 문지르는 작업은 그냥 일의 연장이 아닌 무생물 속에 내재된 아내의 영혼과 교신처럼 느껴진다. 화면은 그 작업을 오래 보여준다.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아이들을 차에 태울 때도 마네킹은 이들과 함께 존재한다. 이러한 상징적 처리 화면에서, 관객은 설득을 당한다. 수이는 공장 일로 어린 두 아들에게 무관심하고, 형제 리아와 리옴은 버려진 아이들처럼 알아서 챙겨 먹고, 태엽시계에 맞추어 일어나 등교해야 한다.
 
하지만 수이는 그간 아이들에게 무관심 했다는 것을 느끼고 수영을 가르쳐 주려 한다. 수영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고, 경기장 잔디밭에서 수영 연습을 하게 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웃지만, '땅 바닥에서 헤엄치기'처럼 앞으로 인생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한다.
 
주머니 속의 꽃, 영화 밖에서 만난 아버지 '수이'

▲ 주머니 속의 꽃, 영화 밖에서 만난 아버지 '수이' ⓒ 송유미

 
이 영화는 대사로 상황 전달을 하지 않고, 꽃, 마네킹, 동물, 그리고 캐릭터의 행동 등으로 의미망을 구축하고 주제를 심미적으로 형상화한다. 
 
두 아이는 엄마를 잃었고 남편은 아내를 잃었지만, 부자간의 얼굴과 행동에는 이런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잔잔하게 살아간다.
 
생생한 삶의 몸짓이 영화 속에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는 영상처리와 영화 요소마다 상징화 된 노련한 영화기법이 돋보인다. 그리고 아이들의 버려진 일상이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PIFF 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13 17:1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PIFF 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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