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타운>의 한 장면.

<원더풀 타운>의 한 장면. ⓒ 아딧야 아사랏

 

"이렇게 큰 영화제에 이런 '작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된 태국 영화 <원더풀 타운>의 상영관이 가득 찼다. 붉은 티셔츠 차림의 아딧야 아사랏(Aditya Asarat) 감독은 '오전에 한국 영화 한 편을 봤는데 그때보다 관객이 더 많이 온 것 같다'며 웃는다. 차분하게 인사말을 이어가는 그의 영화 <원더풀 타운>은 PIFF가 올해 처음 도입한 '아시아영화펀드(Asian Cinema Fund)'의 지원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태국 남부 휴양지의 조그마한 마을 '타쿠아파'.신축하는 해변 리조트에 공사 감독으로 부임한 '톤'이 허름한 호텔로 들어서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투숙객이 있는 지 조차 의심스러운 호텔에는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여인 '나'가 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서 '톤'은 전직 야쿠자였던 '나'의 동생 '윗'과 부딪히게 된다.

 

쓰나미같은 작은 영화 <원더풀 타운>

 

<원더풀 타운>은 '쓰나미'에 강타당한 고요하고 조용한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사랏 감독이 촬영지를 찾아 마을을 방문한 것은 '쓰나미' 이후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다음의 일이었다. 그는 '집도 차도 이전과 같아졌지만 그 곳에 살았던 사람도 과연 같을까'라는 의문에서 영화의 줄거리를 생각해냈다고.

 

감독은 '슬픔은 혼자서 느끼는 감정이라 그 누구도 슬픔에 대해 말할 순 없지만 도시를 방문했을 때 쓰나미로 생명을 잃은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들의 감정을 영화 속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건조하지만 습기있는 영화' '화면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관객들은 <원더풀 타운>을 향한 '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한국에 소개된 태국 영화는 <옹박>류의 액션이나 <디 아이> 같은 공포영화 정도. 이는 눈에 띄게 활기를 더해가는 태국 영화 시장을 고려할 때 그 양과 질 면에서 지나치게 협소했다. 이로 인한 희소성이 <원더풀 타운> 속의 '또 다른 태국'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원더풀 타운>은 무엇보다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화면들이 돋보이는 영화다. 특별히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이기도 한 옥상에서의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빨래를 걷는 여자의 동선을 '톤'의 움직임을 따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카메라. 혹은 엔딩 장면에서 분홍 타이즈를 신은 두 아이들이 노는 장면 등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삽입한 영화의 '백미'다.

 

일곱 편의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아사랏 감독의 작품들은 선댄스·뉴욕·부산 등 전 세계 70여 개 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15개에 달하는 상을 받았다. '촉망받는'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적절한 감독 자신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수입의 대부분을 새로운 영화 제작에 투자한다는 감독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영화는 꿈, 사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특별한 어떤 것이 있죠. 저에겐 그것이 '영화'입니다."

2007.10.09 09:27 ⓒ 2007 OhmyNews
부산국제영화제 원더풀 타운 태국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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