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대된 펑 옌 감독의 <빙아이>는 중국 산샤(三峽)댐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이주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다소 생소한 느낌의 제목 <빙아이>는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고 있는 인물인 장빙아이의 이름이다.

 

산샤댐이 건설되면서 중국 정부는 수몰 한계선인 135m 이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반강제로 이주시켰고, 빙아이는 정부의 강압적인 이주를 거부해오던 사람이다. 펑 옌 감독은 빙아이의 이런 이야기를 1996년부터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꾸준히 기록해왔다. <빙아이>는 산샤댐으로 인한 강제이주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0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 역시 <빙아이>와 같이 산샤댐을 건설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스틸 라이프의 한자제목은 ‘三峽好人’으로 산샤의 좋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지아장커는 산샤댐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이 이야기를 좀 더 깊게 파고들어야겠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극영화인 <스틸 라이프> 외에도 같은 기간에 다큐멘터리인 <동>을 함께 완성해내기도 하였다.
 

영화 <빙아이> 스틸컷

▲ 영화 <빙아이> 스틸컷 ⓒ Piff


<스틸 라이프>가 산샤댐이 생겨나면서 수몰된 지구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극영화라면, <동>은 산샤댐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리우 샤우동이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아장커의 작품들이 산샤댐이 생기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감성적으로 접근해 간다면, 펑 옌 감독은 <빙아이>를 통해 산샤댐 건설로 인해 생겨난 이주민 문제는 감성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할 치열한 현실임을 이야기한다.
 
특히 빙아이가 수몰한계선인 135m 아래에 위치한 복숭아밭을 바라보며 정부가 강제 이주를 종용하며 복숭아 나무를 베어낸다면 다시 나무를 심을 것이고, 물이 나무를 다 잠기게 하기 직전까지는 복숭아를 수확해서 내다 팔 것이다라며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그녀가 정부에서 파견된 이주 담당 관리들을 향해 논밭과 집을 두고 어디로 가느냐면서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순간들에서 산샤댐이 얼마나 현지인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정부가 과연 산샤댐 건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끔 만든다.
 

영화 <빙아이> 스틸컷

▲ 영화 <빙아이> 스틸컷 ⓒ Piff


만약 이것이 극영화였다면 결국 빙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불합리한 현실속에서 작은 승리를 얻어내는 희망적인 결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다큐멘터리는 오직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따름이다.

 

빙아이의 가족들은 최후의 최후까지 이주를 거부하며 버텨왔지만, 결국 집터를 보장해주는 조건 아래 임시로 이주를 결심하며 다큐멘터리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이후 나오는 자막은 빙아이의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당연히 얻어냈어야 할 권리를 얻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전해준다.
 
산샤댐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며 그로 인한 문제는 여러 가지가 산적해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빙아이>가 다루는 수몰 이주민의 문제는 이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빙아이>는 언론의 통제가 여전한 중국에서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과감히 고발하는 용기있는 다큐멘터리이다.

2007.10.09 15:18 ⓒ 2007 OhmyNews
부산영화제 빙아이 산샤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