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 나에겐 너가 너에게 내가

▲ 우정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 나에겐 너가 너에게 내가 ⓒ 부산국제영화제


꿈을 꾸는 것은 쉬워도 실현하기는 어렵다. 지구촌 어디서나 삶의 모습은 비슷비슷하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가 횡행하는 중국의 소외계층에 살아가는 젊은이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정신적인 방황을 풋풋하게 그린 청춘백서다.

셰익스피어는 청춘은 자기 모반이며 유혹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혁명을 꿈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혁명을 하기에는 이른 사춘기의 네 명의 주인공은 사랑은 아직 완성될 수 없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우정은 그들의 어긋난 일상의 틀을 맞추어 나가는 힘이 된다.

웃을 일이 없어도 티밥처럼 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는 그들만의 청춘의 여름의 끝자락은 벌판에 가득 낀 스모크로  은유된다. 경제의 성장기를 겪는 중국의 소외계층의 일상이 잔잔한 기저에 깔린다

열정과 빛 ! 그것은 청춘의 화신이다.

▲ 열정과 빛 ! 그것은 청춘의 화신이다. ⓒ 부산국제영화제


<여름의 끝자락>을 한문으로 표기하면 '夏天的尾巴' 글자대로 풀이하면 '여름의 꼬리'란 재미나는 제목. 이 영화의 제목이 된 고양이의 이름이 '여름의 꼬리'다. '여름'은 어느 여름 하천에서 주워 와서 그렇게 붙인 이름. 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베트의 가족들은 어디론가 일을 하기 위해 떠나 있는 가장에게서 온 편지를 기다리며, 서로의 작은 일상의 즐거움을 위안 삼아 살아간다.

청 웬탕 감독은 그동안 원주민과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주로 영화로 그려왔다. 여기서도 궤를 달리 하지 않는다. 소외된 청춘들의 이야기다. 늘 반항하고 열정을 주체 못하는 지미와 축구에 빠져 지내는 아키라는 공부 때문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고, 이베트는 지병 때문에 학교를 쉬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아 병든 몸으로 콘서트에 참여 했다가 무대 위에서 쓰러지기도 한다.

이런 그녀의 여친은 웬디, 웬디는 이들 중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 지미는 주위의 같은 또래 여친을 이성으로 생각지 않고, 자신보다 연상의 여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밝히다 퇴학을 당하기도 한다.

결백 ! 그것은 청춘의 대명사다 절대의 순수를 맛보고 취한다

▲ 결백 ! 그것은 청춘의 대명사다 절대의 순수를 맛보고 취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이 네명이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버려진 콘테이너가 있고, 그 주위는 알곡이 익어가는 벼들이 물결친다. 그 콘테이너가 그들의 아지트. 콘테이너 상자는 목가적인 풍경과  대가 되는 자본의 상징물로 연출된다.

벌판 가운데 천천히 흐르는 개천가으로 떠내려 오는 종이배, 색색의 깃이 대나무 끝에 매달려 바람에 긴 여름의 꼬리처럼 길게 흐른다.  개천은 물이 맑고 폭이 그리 좁지 않은 외나무다리가 있고, 그 다리에 앉아서 이베트와 지미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속삭이기도 한다. 이들의 운동화는 물결에 닿을 말듯...쉼없이 물살은 시간처럼 흘러간다.

어느날 이 개천으로 '엄마 보고 싶다'라고 적힌 종잇배가 매일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하는 이베트는 이 주인공이 누구일까 생각한다. 혹시 이웃집의 엄마 없이 사는 그 아이가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들자 대뜸 뛰어 올라가서 상류에서 종이배를 띄우는 아이를 집에 데리다 준다.  아이의 아버지는 백수건달의 주정뱅이고, 어디론가 돈벌이를 떠난 아내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좌절하고, 아이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꾀한다. 

사랑없는 청춘 이것은 벌써 실패의 인생이어라

▲ 사랑없는 청춘 이것은 벌써 실패의 인생이어라 ⓒ 부산국제영화제


여름의 끝자락과 같은, 뜨거운 열정과 사랑의 방황을 앓는 지미와 그들은, 결손 가정의 꼬마 아이 윌리의 놓여진 현실에 개입하면서 우정이 더욱 깊어진다. 이들의 청춘의 심리 묘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개천의 풍경과 함께 색색의 팔랑개비의 선회와 자전거가 달리는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 등의 아름다운 영화 연출이 뇌리에 남는다.

어디서 본 듯한 청춘의 이야기이지만 가슴에 뭉클 하게 닿아오는 진실성이 있다. 물질주의로 또다른 고민을 안고 사는 중국의 벌판 자욱한 여름 스모크의 배경과 함께 감독이 말하자고자 하는 소외된 삶의 메세지는, 살짝 청춘의 열기에 가려져, 마냥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청춘 백서를 감독은 관객에게 선물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PIFF 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