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은 자연의 걸작이다

▲ 아버지의 마음은 자연의 걸작이다 ⓒ PIFF


영화는 새 영화일수록 볼거리가 많지만, 볼거리가 많을수록 왜 가슴에 남는 감동은 미미한 것일까. 세월이 많이 흘러도 흘러간 옛날 영화 속에는 언제보아도 새로운 감동이 있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나 문학이나 모든 예술은 감동이 존재하지 않으면 명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 같은 김승호의 <마부>. <마부>는 그래서 올 2007년도 PIFF를 통해 다시 많은 영화팬의 뇌리에 각인된 영화이다.

아버지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60년대 초입의 기층민 중 마부 생활을 세밀하게 다룬 영화로써 지금은 자취 없는 그 시대의 마부상의 가정사이면서도, 시대의 사라진 기록이란 함의에서 큰 비중을 지닌 영화이다.

자식을 아는데는 아버지를 따른 사람이 없다

▲ 자식을 아는데는 아버지를 따른 사람이 없다 ⓒ PIFF


이 영화의 아버지는 힘들고 고단한 마부 직업을 가졌지만, 언제나 자식들 앞에서 의연하다. 그러나 솔직히 마음과 몸이 모두 힘들고 고달프다. 이 힘들고 고달픈 홀아비의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이는, 마부들을 부리는 업자 집에서 일하는 식모(황정순)이다.

이를 눈치챈 큰 아들은 자신이 고시에 성공하면 두 사람을 재혼시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마음 아프게 시집 보낸 벙어리 딸(조미령)이 소박받아 쫓겨오고, 작은 아들은 허구헌날 싸움질이다. 때문에 아버지의 마음은 늘 자식의 염려로 편안하지 않다.

이 영화는 제1회 백림 영화제 특별 은공상(76), 베를린 영화제 특별 은곰상 수상(62)을 한 강대진 감독(1959년 데뷰)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첫 해외영화제 수상작으로 한국영화의 기념비가 된 영화이다.

아이를 길러봐야 실로 아버지의 사랑을 안다

▲ 아이를 길러봐야 실로 아버지의 사랑을 안다 ⓒ PIFF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부자가 함께 웃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둘이 다 눈물을 흘린다"고 '브라데'는 말한다.

이 영화는 세기를 달리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느낄 수 있는 가족 휴먼 드라마이다. 가난한 홀아비 가장(김승호)으로서 큰 아들에 거는 유일한 희망은, 큰 아들이 고등고시에 패스해서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우리나라 60년대의 곤궁한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마부>. 당시 우리나라의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은, 자식이 공부를 많이 해서 법조인이 되거나 의사가 되길 가장 원했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 아버지도 자신이 갖지 못한 지식과 명예와 부를 함께 가질 자식을 키우겠다는, 순수한 욕망이 진솔하게 표현된다.

이 역을 맡은 김승호씨의 아버지 인물 묘사는 완벽하다. 아니 완벽하다는 말도 적당치 않다.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아버지의 인물처럼 착각할 정도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 PIFF


 큰 아들의 성공만 믿고 이를 뒷바라지하는 아버지의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는 큰아들(신영균)의 연기와 홀아비 마부(김승호)를 흠모하는 식모(황정순)로서,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 묘사를, 절제 있게 열연한 조연(황정순; 1963년 청룡상 여우주연상, 제 3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의 연기도 빛나는 작품이다.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당시의 마부의 일상을 통해 시대상을 거울처럼 반영한 <마부>, 그 마부의 역할과 아버지의 자식을 끔찍히 생각하는 한국의 아버지의 상을, 완벽하게 묘사한 고인 김승호씨의 연기력에 의해, 늘 시간이 지나도 새 영화처럼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안겨 준다.

그것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진부하지 않은 아버지의 이야기처럼, <마부>는 누구나의 가슴 속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처럼, 항상 다시 보고 싶은 그리운 추억의 명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PIFF 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