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만 야외상영장 부산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

▲ 수영만 야외상영장 부산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 티켓은 예매개시 17분 56초 만에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매진이 빠른 만큼 개막일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쳤다. 해마다 암표상들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올해 개막식은 예전보다 더욱 늘어나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표를 구입한 관객들을 마음을 찌푸리게 했다.

4일 현매분 300여 장이 남아있었지만, 4시에 매표 시작 후 얼마 안 돼 바로 동나 개막식장 앞에서는 암표상들이 움직임이 예년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략 10여 명의 암표상들은 매진이 확인됨과 동시에 활동을 시작해 임시매표소 주변을 오가며 개막작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장당 2만∼3만원 가격에 판 것. 오후 5시 본격적인 입장에 시작되면서 이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해졌는데, 개막식이 아쉬운 관객들은 정가보다 2∼3배 정도 돈을 더 주며 암표를 구입했다.

특히 주변에 영화제 관계자를 비롯해 자원봉사자·경찰 등이 깔려있었으나, 질서정리에만 몰두할 뿐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근처에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은 "오늘 업무는 질서유지에 있으니 암표상 여부는 주최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고, 영화제 스태프는 "티켓 발권 및 관객 질서 확립이 임무"일 뿐 소관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이 때문인지 더욱 대담해진 암표상들은 임시매표소에 혹시나 있을 반환표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표 있어요"를 연발하며, 은밀한 거래보다는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벌였지만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왼손에 개막식 표를 들고 있는 암표상

왼손에 개막식 표를 들고 있는 암표상 ⓒ 성하훈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에서 중년 여성 관객에게 접근해 표를 팔고 있는 암표상들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에서 중년 여성 관객에게 접근해 표를 팔고 있는 암표상들 ⓒ 성하훈


이들에게 표를 구입한 온천장에서 왔다는 40대 아주머니는 "개막식을 해마다 꼭 봐왔는데, 이번에는 못 구해 부득이 암표를 구입하게 됐다"면서 "어쩔 수 없어 암표를 사기는 했지만 영화제에서 저런 모습을 보면 얄미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식 시간이 얼마 안 남아 2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암표상들이 주로 판 표는 인터넷 예매를 통해 매표한 것이 아닌 부산지역에 나눠준 일종의 초대권이었다.

영화제는 해마다 부산지역 및 사회복지단체에 일정량의 개막식 표를 제공하는데, 예매표가 아닌 경우 '교환 환불 절대 불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가격도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영화제 티켓 담당자가 밝힌 "부산지역에 초대권 형태로 나가는 표는 대략 500∼700장 정도". 암표상들이 1인당 10∼20여 장 정도씩 가지고 있던 것을 볼 때 대략 150여 장 정도가 이들 전문 암표상들에게 흘러들어갔고, 결국 현매표도 아닌 초대권이 고가에 거래된 셈이다.

온라인상에서도 간간이 티켓교환게시판 등을 개·폐막작 표에 웃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여지없이 호된 질책의 글이 댓글로 따라붙고, 게시판지기에게 즉시 삭제를 요청한다. 이는 '영화제의 암표는 영화축제에 먹칠을 하는 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피프(PIFF) 폐인들의 적극적 행동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에 비해 아무런 제지없이 공공연히 웃돈을 받고 거래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도(正道)를 지키려는 관객들의 개막식 관람을 포기하게 했다.

한쪽에서는 매진된 매표소 앞을 떠나지 않고 혹시나 나올 표를 애타게 기다려 보는 관객들. 다른 한쪽에서는 비싼 값에 팔려는 암표상. 이를 곁에서 보면서 관심 없는 표정의 영화제 관계자들. 이날 궂었던 날씨만큼이나 흐리게 보였던 개막식장의 풍경이었다.

 개막식 표를 들고 관객들 찾고 있는 암표상

개막식 표를 들고 관객들 찾고 있는 암표상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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