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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파업 지지하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
 철도 파업 지지하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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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의 파업이 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한 대학생이 파업을 지지한다며 붙인 대자보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대자보 사진을 찍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은 올린 지 4시간 만에 500회 정도 공유되고 25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손으로 직접 써내려간 대자보에는 코레일이 파업한 철도노조원을 상대로 하루 만에 직위 해제한 것에 대한 분노, 정치·사회에 무관심한 또래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대자보를 작성한 주현우(27·고려대 경영 08) 학생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건 사실이지만,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취업난만큼이나 현실적인 문제라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안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묻고 싶었던 것"이라며 "그저 '안녕하냐'고 물었을 뿐인 제 대자보에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현실의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영화 반대로 직위해제, 송전탑 탓에 음독자살... 어떻게 안녕한가"

지난 10일 오전 11시경 고려대학교 내에 붙인 대자보에서 주씨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 됐다"며 분노했다. 주씨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민영화에 반대했다고 징계라니,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는 건가"라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시골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는 등 이렇게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씨는 마지막으로 현재 20대들의 정치·사회적 무관심이 IMF 경제위기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는데 그저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모두들 안녕하십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 글을 읽고 나니 내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이렇게 종이에 손으로 쓰고 청테이프까지 붙어있는 글을 보니 그 자체로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직 청춘은 살아있었군요"라며 게시글을 공유했다.

주현우씨는 "9일 밤에 파업 한 노조원 약 4천 명이 직위해제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고민해 다음 날 바로 적어 붙였다"며 "앞으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무엇이 문제이고 뭘 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파업 시작 첫날부터 파업 참가자 전원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코레일은 파업 3일째인 오늘도 노조원 807명에 대한 추가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이번 파업으로 직위 해제된 조합원 수는 고소·고발된 노조 간부 144명을 포함, 6748명으로 늘어났다. 다음은 주씨가 쓴 대자보의 전문이다.

<안녕들 하십니까?>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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