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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안녕하십니까"라는 여섯 글자가 이토록 우리를 흔들어 놓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타인에 대한 영원한 무관심을 확신하고 있었나 보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죽음과 끝없는 경쟁 속에서 대화와 연대의 가능성을 잊고 있었나 보다. 되돌아보면 우리 한 명 한 명은 소외와 적대의 한 복판에서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서 있었나 보다.

많은 학우들이 다시, 지금, 여기를 주목하고 있다. 눈보라 몰아쳤던 정대후문에서 하루종일 학우들에게 뼈아프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는 이들에게는 수십개의 따뜻한 캔커피가 전달되었다. "힘내세요, 멋집니다, 고생하십니다" 말들이 나타났다. 많은 이들의 입이 열렸다. 한 학우의 "안녕하십니까"라는 한 마디가 우리에게 다시 사유의 시간과 말할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우리에게 열린 정치의 공간은 한편으로는 철도공사의 비이성적인 철도 민영화 추진과 공공성 강화를 외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가능했다. 벌써 7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국전력의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가능했다. 벌써 두명의 할아버지가 분신으로 음독으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해고의 위협이, 죽음이 지금을 만들었다.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눈보라 몰아치는 이 겨울 다시금 정치의 공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철도 민영화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에 대한 동의와 지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진실로 안녕하지 못한 우리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 오기 위해 발버둥쳤고, 남보다 높은 학점, 스펙을 얻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여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끝없는 경쟁의 굴레일 뿐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사라진 삶과 여유는 되찾을 수 없는 듯 했다. 그래서 좌절했었고 눈물을 거두었고, 세상을 외면했다. 허나 계속 버틸 수만은 없었다.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한 마디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공간이, 우리의 굳어버린 마음이 열린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 여기를 바라보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 연결되어 있는 서로의 아픔을 확인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장을 흥분에 찬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아직,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기다리며 우리는 지금, 여기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고통이 모임으로써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미친 세상에 안녕을 고하기 위해 이 공간은 우리의 진지가 되어야 한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안녕하지 못한 이들이여,
안녕하지 못함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밀양에 평화를, 철도노동자 파업에 지지를, 그리고 우리에겐 삶을.

미디어 06 박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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