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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성균관 학우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오늘부터 안녕하지 않습니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니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용은 주변의 문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잘못된 것을 향해 잘못됐다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수상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과연 '안녕한지' 묻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펜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휴대폰 알림이 울립니다. 860명의 철도노동자들이 또 직위해제되었다는 속보입니다.

문득 처음 성균관을 들어설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입학할 때부터 안녕하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입학하기 전, 광화문 한복판에 세워진 컨테이너 산성과 국민들이 든 촛불에 쏘아지던 물대포를 보며 저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입학하던 해 겨울, 용산에서 여섯 명의 철거민이 불에 타 죽는 것을 보며 이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평택 쌍용자 동차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 무엇인가가 잘못됨을 확신합니다. 이렇게 잘못된 현실에 맞서고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작은 힘이 모인다면 언젠가 세상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곤 했습니다. 과연 내가 믿고 있는 생각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군 복무 후 복학을 하면서 과거의 나를 세탁하고 어느새 안녕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장에라도 스펙을 쌓고 학점 관리를 잘한다면 좁은 경쟁의 문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언젠가 대성로에 취업 또는 고시 합격생 최종학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휘날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너무도 안녕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세상은 안녕하지 않은가 봅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고, 참교육에 힘쓰시던 선생님들은 전교조를 지키기 위해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와야만 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은 갑의 횡포에 수포로 돌아가고,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7000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은 불법 파업이란 낙인과 함께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절입니다. 그간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안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복학하고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녕한 사람으로 지내고자 노력해 왔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용기를 내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다시 안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안녕하지 않겠습니다.

정외 09 최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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