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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누군가 내게 안녕하냐고 묻는다면>

시국이 위기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세상과 나의 삶을 분리시킨 채 언제나 침묵했던
어제까지의 내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당장 내일까지는 살 만할 것 같다고 자위하며,
오늘의 낭만에 빠져 살았던 내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지적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살라고 배웠으니까요.
그래서 꾹 참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까요.

이렇게 '나는 아직 안녕하다'며 자기최면을 거는 동안에,
나는 목소리를 낼 기운조차 잃은 것 같습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도, 원전 비리에도,
4대강 사업의 뒷통수에도,
언제나 나의 삶을 이런 문제들로부터 격리시켜온 것 같습니다.
그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에만 목매온 것 같습니다.

정신차려보니 결국,
파업에 참가하는 6748명의 노동자가 직위해제 당하는
작금의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이해에 따라 불법/합법이 결정되는,
이에 대한 어떠한 저항도
불법으로 규정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지경까지 밀려난 상황에서 누군가 내게 안녕하냐고 묻는다면,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렵니다.
더 이상 나의 분노를 유예하지 않으렵니다.
이제 더는 물러날 곳도 없으니까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권력의 횡포로 점철된 '저 세상'과 결국엔 하나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사실상 거짓이란 것을 알게 된 이상,
고착화된 사회의 메커니즘 안에서 사태를 판단하고 순응한다면
저절로 자본과 국가권력을 옹호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선 아래에서 횡포를 일삼는
자본과 국가권력에 나도 함께 저항하려 합니다.

따라서 저도 안녕하지 않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입대를 앞둔 시점이지만
조금이라도 나의 목소리를 보태고자 합니다.
현실의 끈이 썩은 동아줄이라 할지라도,
누군가 내게 진정으로 안녕하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희망의 끈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현실에 맞서 "노(NO)"를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군입대를 앞둔 어느 사범대 11학번 학생


태그:#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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