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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제 좀 '미련'해지렵니다.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1708명을 직위해제하는 이 세상이, 정권에 반대하면 모두 종북딱지를 붙이는 이 세상이,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는 이 세상이 안녕치 못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알고 있습니다. 안녕치 못한 세상을 바꾸기보다 적응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요. 대입-취업-결혼으로 이어지는 인생 레일에서 한 번 삐끗하면 저 밑으로 떨어지는 가혹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익 점수를 1점이라도 높여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사는 게, 좋은 학점을 받고 안정적인 공기업에 취업하는 게, 고시에 통과해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으로 사는 게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지혜'롭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안녕치 못한 세상에 적응하기가 점점 힘에 부칩니다. 청년실업은 갈수록 증가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은 더 높아집니다. CPA, CFO, 토익, 토익 스피킹, 한자 등등 따야하는 자격 등만 여러 개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취업을 해도 여전히 불안합니다. 야근은 기본이고, 월급으로 집세내기도 빡빡합니다. 또 하루 아침에 7680명을 직위해제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은 없습니다. 대기업은 더 유연화되고,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청년실업은 더 늘어만 갑니다. 많이 우울하고 힘든 세상입니다.

저는 더 이상 못 견디겠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세상에 적응하기보다 세상을 바꾸기로요. 제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나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한다면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남들에게 세상을 맡길 수 없습니다. 우리 손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제 좀 '미련'해지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어느 경제학자의 글귀를 소개하며 말을 마치려고 합니다.

"200년 전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 장하준 경제학 교수

08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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