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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정치고 사회고 모르는 무지랭이입니다.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안녕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지요. 모두들 그렇게 사니 나도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지 어느덧 3년이나 되었습니다.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자연재해가 닥쳐올 것을 예감하듯이 나는 세상이 이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세상 곳곳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쥐뿔도 모르는 무지랭이지만, 세상의 나사들이 어딘가 어긋나고 비틀어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국정원이 121만 건의 트위터 글을 쓰면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고 합니다. 삼성에서 서비스직 노동자로 일하던 한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고압 송전탑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던 밀양의 한 주민이 독극물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민영화 추진에 반대하는 7000여 명의 코레일 직원들은 나흘 사이에 모두 직위해제를 통보 받았고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시험공부를 합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도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시험공부를 하면서 독일어 형용사 어미 변화니 전치사들을 외우고 있습니다. 내 동물적 감각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나에게 수천 번도 넘는 신호를 보내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신호들을 무시하는 것 뿐입니다.

나는 자꾸만 불편하고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비단 남일 같지 않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에 휩싸여 자꾸만 불안합니다.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책상 앞은 따듯하고 아늑하신지요? 혹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제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우리 나라의 노동자들이, 우리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인지요. 나는 올 겨울, 모두가 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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