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 발기인대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함께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치~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 발기인대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함께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윤석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경계를 넘어서(Beyond Frame)'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거기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을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의 틀을 깨고, 또 중앙과 변방,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아시아와 다른 대륙 간의 격차를 줄이고  장벽을 허물어 아시아 영화가 세계 영화의 중심에 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시작한 아시안필름마켓(2회)과 아시아영화아카데미(3회)를 더욱 강화하는 것과 함께 올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새로 출범시킨다.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기획프로젝트와 후반작업 지원을 위한 아시아영화펀드(ACF)는 이미 조성돼 27편의 지원작이 선정됐다.

또 아시아 영화인들이 그냥 영화만 출품하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영화를 판매하고 배급할 수 있도록 '발콘'이란 영화사도 새로 설립했다. 부산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아시아 영화 프린트와 관련 자료를 수집, 보관하는 아시안필름아카이브도 창설한다. 아시아문화산업펀드도 영화제 기간 중에 출범할 예정이다.

"아시아 배우들간 교류 통해 세계시장 진출 모색" 한목소리

5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발기인대회를 연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sia Pacific Actors Network·APAN)'도 그 연장선에 놓여있다. 발기인 '대회'로선 비록 조촐했지만 이날 행사에는 발기인인 박중훈·강수연을 비롯해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아시아 배우들이 모여, 각 나라의 영화산업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공동의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강수연은 인사말을 겸해 "영화제 첫해부터 아시아 여러 나라 배우들이 모이는 걸 보고 영화제 측과 논의를 해왔는데 올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며 "빛나는 재능을 가졌지만 기회가 없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영화인들에게 연기자간의 교류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APAN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대만 여배우 양귀이메는 "대만은 최근 불경기로 1년에 20여 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뿐이어서 배우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적다"고 대만 영화계의 최근 상황을 소개하면서 APAN 등 다양한 아시아 영화인들의 네트워크 활동을 기대했다.

한국영화 <바람의 파이터>에도 출연한 일본 배우 카토 마사야는 대만과 달리 "일본은 최근 영화가 굉장히 부흥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영화계에서) 아시아의 바람이 세계에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피트 테오는 "말레이시아에도 영화 붐이 새롭게 불어 젊은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뉴웨이브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영화가 산업으로 인식된 역사가 짧은 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밖에 할리우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배우들도 참석해 APAN의 취지에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TV드라마 <로스트>에서 한국인 이민자로 출연하고 있는 대니얼 대 킴은 "APAN이 아시아 영화인들 사이의 교류뿐만 아니라 아시아 배우가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정글북>에 출연한 제이슨 스캇 리는 자신의 할리우드 경험을 들어 "세계 영화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모든 아시아 영화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문화와 언어를 극복하고 영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참석해 아시아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조건에 대해 조언했다. 그들은 특히 한목소리로 언어, 구체적으로는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지 우는 "먼저 아시아 지역 배우들이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도 그 하나로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앤드류 우이는 덧붙여 "할리우드가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기에 아시아에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에 맞춰 "배우들의 정보를 세계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혁 "언어보다 감정과 이해의 공유와 소통이 중요"


경계를 넘어서 5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카프리룸에서 영화배우 박중훈·강수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 경계를 넘어서 5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카프리룸에서 영화배우 박중훈·강수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 최윤석


이날 APAN 발기인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 연기자의 범아시아 영화 캐스팅 사례'를 주제로 컨퍼런스도 열렸다. 콘퍼런스에는 특히 한국·미국·싱가포르 합작영화 <댄스 오브 더 드래곤(맥스 매닉스 감독)>에 출연한 세 나라 주연배우가 모두 나와 자신의 촬영 경험 등을 얘기했다.

<댄스 오브 더 드래곤>에 한국 배우로 참여한 장혁은 <영어 완전정복>에서 영어 공부에 힘들어하던 캐릭터와는 달리 영어로 발언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먼저 "촬영을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며 영어 때문에 좀 힘들었다"며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언어 이외에도 다른 나라에서 온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혁은 이어 "아직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양해를 구한 뒤 한국말로 "우리 영화의 주제가 춤인데 춤은 언어를 동반하지 않는다"며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간의 감정과 이해의 공유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배우로서 <댄스 오브 더 드래곤>에 참여한 제이슨 스캇 리는 "배우들의 연기하는 방식이 달라 서로 배우면서 연기자로서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했다.

싱가포르 여배우로서 <상하이 나이츠> 등에도 출연한 범문방 역시 "배우들간 서로 문화적 배경이 달라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면서도 "감정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인 것 같다,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밖에 일본배우로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가토 마사야는 "아시아인이 영어를 배우더라도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미국에서도 흑인들이 독특한 영어를 사용하듯 '재패닝글리시' '콩글리시' 등 아시안 잉글리시에도 '시민권'을 부여하고 이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국계 캐나다 배우인 그레이스 박은 "영어를 잘해도 맡는 배역은 전형적인 아시아인 역할이었다"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배우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반면 대니얼 대 킴은 <로스트> 출연 경험을 들어 "<로스트>에선 한국인 이민자 배역에 맞춰 한국식 영어 악센트를 반영하는 게 중요했다"며 "영어가 서툰 한국인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할리우드 등에서 아시아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일을 하고 있는 매니저들의 조언들이 이어졌다.

<쓰리 킹즈> 등 작업에 참여한 앤 맥카스는 "캐스팅에서 할리우드는 빠른 답변을 원하는데 한국은 관료적이라 시일이 오래 걸린다"며 신속한 일처리를 주문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며 재키찬을 캐스팅했던 포핑 오 영은 "아시아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어도 어디를 통해서 연락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시아 배우들에 대한 체계적인 구조를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배우들의 해외진출 의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할리우드 매니저인 데이지 우는 "언어는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아시아 배우들이 열정을 갖고 할리우드 등 오디션에 적극 참가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앤드류 루 이 역시 "오디션에 임할 때 그저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필코 이 역을 따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AN은 이날 저녁 아시아 영화 발전기금을 수여하고 APAN의 출범을 축하하는 만찬, 언론과 영화팬들을 위한 레드카펫 행사, 국내외 연기자와 영화 관계자가 참석해 친목을 도모하는 해변파티 등을 진행했다.

김태희ㆍ문근영, 중국 활동을 위한 교두보 확보
나무액터스, 중국 엔터테인먼트그룹 청티엔과 매니지먼트 협약 체결

한국과 중국의 여배우들 한국 나무액터스와 중국 청티엔의 비즈니스 조인식이 끝난 뒤 양국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과 중국의 여배우들 한국 나무액터스와 중국 청티엔의 비즈니스 조인식이 끝난 뒤 양국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윤석 기자


5일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 발기인대회와 컨퍼런스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배우 김태희ㆍ문근영이 소속된 연예매니지먼트사인 나무액터스(대표 김종도)와 중국 엔터테인먼트그룹인 청티엔 간의 비즈니스 업무 조인식도 열렸다.

이날 조인식에는 나무액터스 측에선 김종도 대표와 소속 연기자인 김지수ㆍ김태희ㆍ김지수 등이, 청티엔 측에선 리위치 부사장과 송지아ㆍ지양이옌ㆍ탕옌ㆍ통따웨이 등 소속 여배우들이 참석했다.

김종도 대표는 "양사간에 해당 배우에 대한 독점적인 매니지먼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며 "중화권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액터스측 배우로는 우선 김지수ㆍ김태희ㆍ김소연ㆍ문근영ㆍ송지효 등이 중국에서 활동을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청티엔 측에선 8명의 배우가 나무액터스를 통해 한국에서 영화ㆍ드라마ㆍ모델 활동 등을 할 계획이다.

김태희는 "개인적으로 5개월 동안 중국에서 중국 스태프들과 즐겁게 <중천> 영화 찍은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의 좋은 배우, 감독님들과 함께 더 많은 작업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티엔은 관지림과 유가량 등 50여명의 유명 아티스트에 대해 에이전트를 맡고 있으며, 영화ㆍTV드라마ㆍ음반 등을 제작ㆍ배급하는 중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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