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최하위로 탈락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처음이었으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의 성과를 무너뜨린 월드컵 실패의 역사를 만들고 말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 중 최악이라고 평가되는 건 결코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감독이 취임식 때 공표했던 선수 선발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하나가 돼야 할 응원보다 찬반 논란의 목소리가 더 컸다. 선수 명단을 확정하기 전부터 박주영이 선수단에 홀로 들어와서 훈련을 받고 있었으니 선수명단 발표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다. 오죽하면 '홍명박' 감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행보를 두고 박근혜 정부와 흡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와 홍명보 대표팀의 공통점에는 인재 등용의 실패가 있다. 그들은 과거의 추억에 도취된 채 얽매여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손자병법>의 허실(虛實)편에는 '전승불복(戰勝不復) 응형어무궁(應形於無窮)'이라는 전략이 있다.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변화에 대처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을 2012 런던올림픽 출전선수,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편성했다.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선발할 때는 홍 감독이 박주영 대신 군대를 가겠다는 말까지 해가며 반대 여론을 잠재웠고, 박주영은 보란 듯이 보은의 결승골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 박주영을 비롯한 김보경·윤석영·지동원·홍정호·김영권·김창수·이범영 등은 이미 병역 면제를 획득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과 병역면제가 걸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출전선수들이 보여줬던 절박한 표정을 다시 볼 수 없었다.

후보 선수들이 단 1분 만이라도 출전하고자 열망하던 그때의 그 눈빛은 2010년 최종명단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근호에게 해외소속팀에서의 분발로 인한 팬들의 여론이 없었더라면 선발되지 않았을 손흥민, 뻥축구로 평가절하되었던 김신욱, K리그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이고서도 벤치를 달궜던 김승규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혹자는 한국축구는 월드컵만 되면 '온 국민의 감독화'가 되는 모습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시대는 바야흐로 스마트워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80%가 넘는 인구가 손 안의 PC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전 세계의 뉴스와 동향을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정보력을 갖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에 한국대표팀 감독을 먼저 제의했다는 것도 SNS를 통해 알 수 있고, 기성용이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최강희 감독을 염두에 두었든 아니었든 간에 대표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어쩌면 축구협회보다도 더 먼저 알 수 있는 세상이다. 벽 없는 소통과 진행경과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SNS 세상이다.

축구대표팀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 민심과 여론에 등돌려서 성공한 정권, 아니 무사했던 정권이 있었던가? 권위주의와 파벌, 밀실행정과 특정 계층의 독점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적폐이고 이를 해소할 방안은 거창한 슬로건이나 정책이 아니다.

국민과의 벽 없는 소통과 투명한 일 처리가 이루어지면 저절로 해소된다. 그래야만 원팀, 원골(One Team, One Goal)을 이룰 수 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차라리 예선 탈락을 할지언정 분열된 대표팀을 보고 싶지 않다. 홍명보호의 침몰을 거울 삼아 한국축구대표팀의 적폐를 해소하는 것부터가 국가개조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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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브라질월드컵 홍명보 박근혜 전승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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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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