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벨기에 '황금세대'의 도전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아르헨티나는 우리 시각으로 6일 새벽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전에서 벨기에를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8분 만에 곤살로 이과인이 선제골을 터뜨린 뒤 벨기에의 파상공세에 시달렸고, 핵심 자원 앙헬 디 마리아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고전했다. 하지만 끝까지 골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이번 대회 '돌풍의 팀' 벨기에를 잠재웠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다시 4강 고지를 밟으면서 우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반면 1986 멕시코 월드컵 4강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했던 벨기에는 28년을 기다려온 설욕을 벼르고 나섰으나 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아르헨티나가 그토록 기다린 이과인의 첫 골

아르헨티나는 스위스와의 16강전에 나섰던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앙헬 디 마리아 공격라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에세키엘 라베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루카스 비글리아가 중원에 포진했고 호세 마리아 바산타, 에세키엘 가라이, 마르틴 데미첼리스, 파블로 사발레타가 수비라인을 이뤘다. 골키퍼 장갑은 세르히오 로메로가 꼈다.

이에 맞서는 벨기에는 디보크 오리지를 최전방 원톱으로 앞세우고 에당 아자르, 케빈 데 브루이너, 케빈 미랄라스가 2선에서 보좌했다. 중원은 악셀 비첼, 마루앙 펠라이니가 맡았다. 수비는 얀 베르통언, 빈센트 콤파니, 다니엘 반 바이텐,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나섰고 골문은 티보 쿠르투아가 지켰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3분 메시의 침투 패스를 받은 라베치가 땅볼 크로스를 올리며 발동을 걸어봤으나 벨기에 수비에 막혔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벨기에는 과감한 공격보다는 수비 위주로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첫 골은 예상보다 일찍 터졌다. 전반 8분 디 마리아가 중앙으로 찔러넣은 패스가 벨기에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이과인 앞에 떨어졌다. 이과인은 망설임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벨기에의 골문을 갈랐다.

벨기에로서는 불운이자, 아르헨티나로서는 행운의 골이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무득점으로 침묵하던 간판 공격수 이과인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난 의미 있는 골이었다. 첫 골을 터뜨리며 마음의 짐을 덜어낸 이과인은 더욱 적극적으로 수비진을 휘젓고 다녔다.

벨기에도 선제골을 내주자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전반 26분 데 브라잉이 다시 한 번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조준해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로멜로가 막아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찾아왔다. 전반 28분 메시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렸던 디 마리아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5분 뒤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아르헨티나의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엔소 페레스를 대신 투입했다. 16강전 결승골의 주인공 디 마리아를 잃은 사베야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디 마리아가 빠졌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했다. 전반 40분 메시가 돌파를 시도하다가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때렸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났고, 벨기에 수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벨기에는 2분 뒤 베르통언의 왼발 크로스에 이어 미랄라스의 헤딩이 골대를 살짝 비껴가고 말았다. 비록 만회골 없이 전반전을 마쳤지만, 후반전을 기대케 하는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후반전 막판에 강한 벨기에라서 아르헨티나도 한 골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기는 법' 아는 아르헨티나... '한 수' 배운 벨기에

후반전에도 어느 한쪽도 주도하지 못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아르헨티나가 먼저 펀치를 날렸다. 후반 10분 단독 찬스를 잡은 이과인이 강력한 슈팅을 날렸으나 골망이 아닌 크로스를 때리고 말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메시를 집중 수비하느라 공격 자원을 늘리기 힘들었다. 공격의 핵심인 아자르가 답답한 경기의 돌파구를 찾아주길 바랐으나 이날따라 둔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반격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벨기에는 승부수를 던졌다. 로멜루 루카쿠와 드리스 메르텐스를 투입하며 측면 돌파에 이은 헤딩 공격을 주무기로 변경했다. 여기에 몸싸움이 강한 펠라이니까지 공중볼 경쟁에 가세한다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아르헨티나 수비진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정도는 벨기에가 기대한 대로 공격이 전개됐다. 후반 15분 베르통언의 측면 크로스를 받은 펠라이니가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대 위를 살짝 비껴갔다. 루카쿠도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면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위협했다.

벨기에는 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좋은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하지만 메르텐스는 동료들의 기대와 달리 어설픈 슈팅으로 찬스를 날려버렸고, 헤딩을 노리고 있던 루카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벨기에의 답답한 공격을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벨기에는 결국 아자르를 빼고 나세르 샤들리를 투입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결단이었다.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아르헨티나는 선제골의 주인공 이과인을 빼고 페르난도 가고를 투입하며 잠그기에 나섰다.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의 거친 수비에 시달리던 메시가 마침내 단독 찬스를 잡았으나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기사회생한 벨기에는 마지막 총공세에 나섰으나 비첼이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 뒤 관중석으로 날아가면서 끝내 무릎을 꿇어야 했다.

최고 수준의 유망주가 쏟아지면서 황금세대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벨기에는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양 팀의 작은 차이가 가른 승부였지만, 그 차이는 아르헨티나가 수십 년간 쌓아온 전통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의 4강 진출을 이끈 이과인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디 마리아가 부상으로 다음 경기 출전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아르헨티나로서는 이과인의 발끝에 더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르헨티나 벨기에 브라질 월드컵 곤살로 이과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