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시각) 오전 열린 독일과 브라질의 4강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7-1로 대패한 브라질 선수 다비드 루이즈(오른쪽)와 단테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있다.

9일(한국시각) 오전 열린 독일과 브라질의 4강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7-1로 대패한 브라질 선수 다비드 루이즈(오른쪽)와 단테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있다. ⓒ EPA-연합뉴스


브라질이 믿기지 않는 참패를 당하며 깊은 충격에 빠졌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전반에만 5골을 내주는 등 최악의 경기력으로 1-7 대패를 당하면서 탈락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브라질이 한 경기에서 7골을 내준 것은 1934년 유고슬라비아 전 이후 80년 만이다. 또한 월드컵 역사상 준결승에서 나온 최다 실점 신기록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없었던 패배를 지켜보는 브라질 홈 관중들은 울음을 넘어 통곡하기도 했다.

이로써 독일은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당했던 0-2 패배를 화끈하게 설욕했다. 반면 통산 6회 우승을 노리던 개최국 브라질은 안방에서 망신을 당했다. 역사에 남을 대패를 당하면서 전 국민이 비탄에 빠졌고, '축구의 나라'답게 후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절망', '파괴', '학살' 온갖 단어를 동원해 이날 패배를 '역사에 남을 최대의 치욕(biggest shameful)'으로 표현하며 대표팀에 비난을 퍼부었고, 전국 각지에서는 소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 "축구 인생 최악의 날"

 9일(한국 시각) 오전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7-1로 완패한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스콜라리 감독이 실망해 머리를 감싸고 있는 오스카를 위로하고 있다.

9일(한국 시각) 오전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7-1로 완패한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스콜라리 감독이 실망해 머리를 감싸고 있는 오스카를 위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브라질 대표팀을 이끄는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은 대패의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였다. 스콜라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의 축구 인생에서 최악의 날(worst day)"이라며 "결승에 오르지 못해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벌어진 사태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며 "비극적인 결과로 인해 나와 선수들 모두 부끄럽지만, 선수들보다는 내가 받아야 할 비난이 더 많다"고 사실상 사퇴 의사를 나타냈다.

실제 스콜라리 감독도 선수 기용을 놓고 '의리 사커' 논란에 시달렸다. 오스카, 헐크, 프레드 등 소속팀에서 활약이 부진했던 선수들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특히 이날 공격수로 나선 프레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장'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 사령탑으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2회 우승에 도전했지만 이날 대패로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승장'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도 "브라질의 조직력은 완전 엉망이었고 우리는 그 틈을 침착하고 냉정하게 이용했다"며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전국 각지 소요 사태... 호세프 대통령 '당혹'

충격적인 대패에 실망한 브라질 축구팬들은 결국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 전국 각지에서 방화, 약탈, 폭력 사태에 벌어지면서 자칫 폭동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브라질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FP, BBC 등 주요 외신 내용에 따르면 경기 후 상파울루에서 버스 방화 사건이 5차례 이상 발생했고 차량이 전소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폭력 사건을 막기 위해 나선 경찰이 부상당하고 대형 마트가 약탈당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쏟아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우리 정부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탈락함에 따라 소요사태가 발생해 안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되도록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격앙된 군중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경기 종료 후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브라질 국민처럼 나도 이번 패배가 매우 슬프고 안타깝다"며 "그러나 우리는 좌절해 있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이여, 다시 털고 일어나자"고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 역시 이번 대패의 직격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가 이번 월드컵을 위해 12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때문에 물가가 치솟자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대형 시위가 빈번하게 벌어졌고,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브라질이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월드컵 반대 여론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독일에 대패를 당하면서 소요 사태까지 발생하자 호세프 대통령은 더욱 난처한 입장이 됐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가 절실했던 호세프 대통령은 오는 10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먹구름이 끼게 됐다.

반면 독일 대표팀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브라질까지 날아가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이 브라질을 대파하고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살해 협박 시달리는 수니가 "나 떨고 있니?"

호세프 대통령만큼이나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라 수니가도 브라질의 대패에 당혹해 하고 있다. 수니가는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상대 공격수 네이마르를 덮쳐 척추 부상을 입혔다. 네이마르는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고, 이날 관중석에서 브라질의 패배를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브라질이 네이마르의 공백을 절감하며 패하자 수니가를 향한 살해 협박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 최대 마피아 조직인 PCC(Primeiro Comando da Capital)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네이마르에게 가한 수니가의 반칙은 용서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수니가의 목에 현상금을 걸겠다"고 밝혔다.

충격을 받은 수니가는 콜롬비아 정부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 현재 자택에서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곧 소속팀인 이탈리아 나폴리로 돌아갈 수니가를 위해 그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는 공문을 이탈리아 정부에 보냈다.

실제로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괴한의 피습을 당해 목숨을 잃었던 사례가 있어 축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나폴리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니가가 의도치 않은 반칙으로 인해 부당한 협박을 받고 있다"며 "구단은 끝까지 수니가를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브라질 월드컵 스콜라리 지우마 호세프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