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의 '판타스틱 4'가 드디어 확정됐다.

브라질 월드컵 4강 대진표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까지 누가 우승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최고의 축구 강국들이 모였다.

양대 '축구 대륙' 남미와 유럽에서 두 팀씩 4강에 오른 것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아르헨티나, 브라질,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후 36년 만이다.

브라질과 독일은 오는 9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10일 새벽 5시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브라질과 독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전 이후 12년 만의 리턴 매치다. 당시 브라질이 독일을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공격의 핵심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일찍 대회를 마감하는 대형 악재가 찾아왔다.

독일은 월드컵 4회 연속 4강에 올랐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자랑한다. 하지만 역대 A매치 전적에서는 브라질이 12승 5무 4패로 훨씬 앞서 있다. 독일이 이번 대결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네덜란드와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최대 전략은 곧 리오넬 메시라고 할 수 있다. 메시는 8강전까지 사실상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홀로 이끌면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부진했던 징크스를 털어내고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네덜란드는 4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없다. 준우승만 세 차례나 했던 네덜란드가 과연 '3전 4기'의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

네이마르 잃은 브라질, 너무 값비싼 4강 티켓

통산 6회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콜롬비아를 꺾고 4강에 진출하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웠지만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가 경기 도중 크게 다치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의 무릎에 맞아 허리를 맞아 쓰러졌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네이마르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척추뼈 골절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브라질 대표팀 주치의 호세 루이스 룬코는 기자회견을 통해 "네이마르가 회복하기까지 최소 4~5주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더 이상 남은 월드컵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음을 발표했다.

룬코는 "심판이 반칙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며 "위험한 태클이 많았지만 심판은 선수들에게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며 결국 네이마르의 부상이 심판의 판정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커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즉각 징계위원회를 열어 수니가의 반칙이 고의였느냐를 조사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수니가는 네이마르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콜롬비아축구협회가 공개한 편지에서 수니가는 "안타까운 부상으로 네이마르에게 고통을 줘서 진심으로 유감이며 당시 반칙은 축구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수니가는 "네이마르를 일부러 다치게 할 나쁜 의도는 정말로 전혀 없었다"며 "네이마르가 세계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고, 진심으로 그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의 한 수' 판할 감독, 맨유가 흐뭇한 이유는?

네덜란드는 루이스 판할 감독의 기막힌 용병술이 화제다. 네덜란드는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혈투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판할 감독은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 동안 두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고 마지막 남은 한 장을 끝까지 아껴뒀다. 그리고 연장 후반이 종료되기 직전 승부차기를 대비해 주전 골키퍼 야스퍼르 실러선을 빼고 팀 크륄로 바꿨다.

A매치 출전 경험이 5경기에 불과하지만 실러선보다 키가 7cm나 더 크고, 팔도 긴 크륄이 승부차기에서는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승부차기 직전 주전 골키퍼를 교체한 판할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는 대성공을 거뒀다.

일생의 기회를 잡은 크뢸은 대담한 심리전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 키커 앞에서 계속 말을 걸면서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고, 결국 두 차례나 킥을 막아내면서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엄청난 '선방쇼'를 펼치며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코스타리카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활약도 승부차기의 주인공이 된 크뢸의 활약 앞에서 빛을 잃고 말았다.

앞서 판할 감독은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멤피스 데파이를 교체 투입했고, 데파이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도 간판 공격수 로빈 판페르시를 빼고 투입한 클라스 얀 훈텔라르가 결승 페널티킥을 터뜨렸다.

판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코스타리카 선수들이 오른쪽으로 더 자주 찬다는 것을 크륄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판할 감독의 예상대로 크뢸이 막아낸 두 번의 킥 모두 오른쪽으로 찬 것이었다.

이처럼 판할 감독은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용병술과 전략으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판할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맞이하게 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네덜란드의 승리가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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