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내에서 개막한 U-20 월드컵이 2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이 개막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뜨겁게 달아오른 이번 대회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가 우리와 잉글랜드에 패하며 조별리그를 뚫지 못했고, 우승 후보 0순위 프랑스는 16강을 넘지 못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베네수엘라는 준우승이란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축구팬들에 큰 감동을 안겼다. 자국의 절망적인 경제 상황과 지난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운동 등으로 인해 훈련은 물론 작은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베네수엘라 청년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랜드도 대단했다. 사실 잉글랜드는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1997 말레이시아 U-20 월드컵 이후 17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마커스 래쉬포드와 톰 데이비스 등 핵심 선수들이 빠지면서 조별리그 통과도 자신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졌다.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20년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고, 조별리그도 1위로 통과했다. 토너먼트에서도 단 한 차례의 연장전을 치르지 않는 등 승승장구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개인기와 조직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붉은악마가 U-20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의 소년들에게 보낸 메시지.  '그대들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다',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년들'.

붉은악마가 U-20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의 소년들에게 보낸 메시지. '그대들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다',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년들'. ⓒ 이근승


막 내린 U-20 월드컵,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했고, 큰 관심을 받았던 팀은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우리 대표팀이었다. 신태용호는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8강 진출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한 팀이었다. 개최국이 아니었다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할 팀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2014 AFC U-19 챔피언십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며, 2015 뉴질랜드 U-20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었다. 두 대회 연속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팀이 한국이었다. 

그런데도 세계무대에서 16강이란 성적을 냈다. 우리의 유망주는 대회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중앙선부터 드리블해 환상적인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그렇게 우리는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던 조에서 살아남았다. 특히, 신태용호는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실패로 인해 6개월간의 벼락치기로 이번 대회에 임해야 하지 않았었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한국 축구는 매번 똑같은 과제를 떠안는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뛰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만 19세 이하의 선수는 프로에서 아예 뛸 수 없는 미성년자 근로기준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선수 육성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목매야 하는 유소년 축구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의견을 내야 한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대표팀이 '천재 소년' 구보 다케후사를 활용하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구보는 2011년 바르셀로나에 입단해 2012·2013시즌 30경기에서 74골을 터뜨린 엄청난 재능이다. 하지만 이승우, 백승호와 마찬가지로 징계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었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대처는 크게 차이가 났다. 한국은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승우와 백승호, 장결희 등 우리 선수들을 가만히 놔두었다. 반면 일본은 축구협회가 전면에 나서며,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했다. 구보를 J리그로 불러들였고, 최연소 출전과 득점 기록을 새롭게 썼다.

J리그에서 성장시켜 바르셀로나로 돌려보내겠다는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다. 그래서 16세의 어린 소년이 U-20 월드컵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특출 난 선수 관리에 오히려 비판적이지는 않나 생각해봐야 한다. 월드컵이 걸린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한 시즌 65분만을 뛴 선수가 포함되기도 하고,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선발로 나서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왜 천재적인 선수들의 대표팀 선발 혹은 특별 관리에는 원칙을 들먹이며 막아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축구는 팀 스포츠지만, 천재적인 선수 하나가 결과를 가져다줄 때도 정말 많다. 냉정하게 신태용호의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도 이승우의 원맨쇼 덕분에 승리를 챙기지 않았나.

준우승팀 베네수엘라의 '에이스' 아달베르토 페냐란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패스보다 개인기를 선호했고, 득점 기회에서는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페냐란다의 개인기를 팀의 한 가지 공격 옵션으로 받아들였고, 그를 앞세워 준우승이란 값진 성과를 냈다.   

재능과 개성이 넘치는 선수는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돋보일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더 강력한 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베네수엘라가 증명했다. 우리는 16세 소년 구보와 페냐란다 등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과를 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U-20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무엇을 얻었는가. 우리는 이번에도 드러난 문제를, 이번에는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FIFA에서 주최하는 4대 이벤트를 모두 치러낸 국가답게 발전하는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U-20 월드컵을 통해 무언가 배웠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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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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