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U-20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마지막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때는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였다. 이후 17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다르다.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무너뜨리며 20년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고, 기니와 한국을 상대로도 좋은 성적(1승 1무)을 내면서 조 1위를 차지했다. 16강전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도 한 수 위의 실력을 자랑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4경기를 치르며 7골을 넣었고, 2골을 내줬다. 자책골과 페널티킥이 아니었다면, 무실점이 가능했을 정도로 공수 밸런스가 뛰어나다.

5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8강전 멕시코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기 직전까지 8강전 모든 경기가 120분간의 혈투로 치러졌지만, 잉글랜드는 정규시간 내에 승리(1-0)를 따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침투 패스와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뽑았고, 멕시코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내며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잉글랜드의 대단한 풀백들

잉글랜드는 공수 모든 면이 탄탄하다. 대회 초반 포백 수비진이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도미닉 솔란케와 아담 암스트롱, 키에란 도웰, 아데몰라 루크먼 등 득점도 한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루크먼과 카일 워커-피터스, 루이스 쿡 등 번뜩이는 개인 기량 역시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돋보이는 곳은 측면이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측면 풀백의 활약이 대단하다. 먼저, 오른쪽에 위치하는 존조 케니는 스피드와 킥 능력이 뛰어나다. 개인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든다. 볼만 정확하게 빼앗아내는 태클과 몸싸움 능력을 자랑하는 등 수비에서도 약점을 찾기 어렵다.

왼쪽 수비를 책임지는 워커-피터스는 화려하다. 수비수 2~3명 정도는 쉽게 제칠 수 있는 드리블을 자랑한다. 엄청난 스피드로 역습을 주도하고, 중앙으로 침투해 득점을 노리기도 한다. 다니엘 알베스와 마르셀로가 떠오를 정도로 공격수보다 더 공격적인 풀백이다. 그렇다고 수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과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의 측면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활약은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던 개막전(아르헨티나)과 기니전 이후부터 더욱 돋보이기 시작했다. 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케니의 활약이 눈부셨다. 신태용호의 뒷공간을 마음껏 휘저었고, 결승골까지 만들었다.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케니의 존재감은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16강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워커-피터스가 빛났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으며 드리블 능력을 뽐냈고, 여러 차례 상대 반칙을 이끌어냈다. 반칙이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빼앗아왔고, 루크먼과 솔란케에게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어줬다. 그 결과 루크먼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멕시코와 8강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에는 워커-피터스가 간결한 드리블과 크로스로 공격을 주도했고, 중반 이후에는 케니가 도웰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멕시코의 공세가 강해질 때는 중앙 수비수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면서, 잉글랜드의 준결승 진출에 앞장섰다.

잉글랜드 풀백에 눈이 가는 이유

사실 밀집한 상대 수비를 패스로 무너뜨린 '캡틴' 쿡과 침착한 마무리 능력을 뽐낸 솔란케가 이날 승리의 주역이었다.

그런데도 안정적인 수비력과 공격 본능을 갖춘 풀백에 눈이 가는 이유는 한국 축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영표와 차두리의 은퇴 이후 믿을 만한 풀백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신태용호는 물론이고 동메달 신화를 써낸 2012 런던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대형 풀백은 등장하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도전했던 김진수와 도르트문트에 남아있는 박주호 등이 이영표의 후계자 자리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정운과 안현범, 최철순 등도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심상민과 이슬찬 등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이들은 K리그 내 경쟁도 힘겨운 것이 현실이다.     

현대 축구의 풀백은 수비력은 기본이고, 측면을 지배할 수 있는 스피드와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 '꿈의 무대' 결승전에서 각각 1도움을 기록하며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이끈 마르셀로와 다니엘 카르바할, 유벤투스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던 다니엘 알베스 등 현대 축구는 풀백의 능력이 팀 성적을 좌우한다.

하지만 우리 풀백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크로스의 정확도는 물론이고, 공격에 가담하는 타이밍과 패스 등 기본기에 아쉬움이 많다. 공격수와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측면을 무너뜨리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렵다.

그래서 더 눈이 간다. 날카로운 킥과 스피드, 상대 수비수 1~2명은 쉽게 제쳐낼 수 있는 드리블 등 공격 포지션에 놓아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게리 네빌과 애슐리 콜, 카일 워커와 대니 로즈에 이은 케니와 워커-피터스의 등장. 세계적인 풀백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잉글랜드가 정말 부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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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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