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역사는 남미와 유럽이 양분하고 있다. 1930년 사상 첫 월드컵(우승팀 우루과이)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브라질, 서독(독일), 아르헨티나 등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총 20번의 축제가 열리는 동안 남미와 유럽 이외의 대륙은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북중미 등 다른 대륙은 결승 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관하는 대회 중 두 번째로 크다 할 수 있는 U-20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2009 이집트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미와 유럽 이외의 대륙의 팀(가나)이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이변'이었다. 1977년 U-20 월드컵(개최국 튀니지)이 시작된 이후 2015 뉴질랜드 대회까지, 이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미나 유럽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도 이들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 이탈리아와 잉글랜드가 준결승에서 맞붙게 되면서, 이 대회의 주인공 역시 남미 혹은 유럽에서 탄생한다.

공수 모두 앞서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모두 월드컵(성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무려 4차례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탈리아, 초대와 4회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우루과이,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1966)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던 잉글랜드.

그런데 신기하게도 U-20 월드컵 우승 경험은 없다. 베네수엘라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와 우루과이, 잉글랜드 모두 사상 첫 U-20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루과이는 준우승(1997·2013)만 두 차례 기록했다. 잉글랜드는 3위(1993)가 역대 최고 성적이고, 이탈리아는 준결승 진출 자체가 처음이다. 베네수엘라는 2009년 처음으로 U-20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두 번째 도전에서 4강 신화를 쓰게 됐다. 세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남미와 유럽의 자존심 대결도 큰 볼거리지만, 어느 팀이 새로운 역사를 써낼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를 더해준다.

먼저, 남미 최강자를 가리게 된다. 전통의 강호이자 남미 지역 예선 1위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우루과이와 본선 두 번째 도전에서 4강을 넘어 우승 신화를 써내려는 베네수엘라가 맞붙는다.

우루과이는 빈틈없는 수비가 강점이다. 조별리그는 물론 16강전까지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5경기에서 9골을 뽑아낸 이탈리아도 우루과이의 골문은 열지 못했었다. 8강전에서 만난 포르투갈에 2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력과 산티아고 멜레 골키퍼의 놀라운 선방이 결국에는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골 결정력도 만만찮다. 니콜라스 시아파카세, 마티아스 올리베라, 니콜라스 데 라 크루즈 등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는 이들이 많다. 특히, 로드리고 아마랄의 왼발은 평범한 프리킥 기회를 득점으로 바꿔낼 수 있는 '마법'을 지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남미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우루과이를 3-0으로 무너뜨린 기억이 있다. 본선에서는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며(5경기 13골)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주포' 세르히오 코르도바가 5경기에서 4골을 뽑아내며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에이스' 아달베르토 페냐란다 역시 5경기 2골 3도움을 기록,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6강(일본)과 8강(미국)전 모두 연장 승부를 벌이며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화끈한 공격력에 가려졌지만, 준결승 진출 팀 중 실점이 가장 적다는 것 역시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다. (5경기 1실점)

'승리 DNA'를 갖춘 두 팀의 만남

반대편에서는 유럽 예선 1위 팀 프랑스를 무너뜨린 이탈리아와 경기를 치를수록 완벽해져 가는 잉글랜드가 맞붙는다.

이탈리아는 '승리 DNA'가 있는 듯하다. 우루과이에 패하며 불안한 시작을 알렸고, 일본과도 무승부를 기록, 힘겹게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0-4 대패(유럽 예선 결승)의 아픔을 안긴 우승 후보 프랑스를 16강전에서 잡아냈다. 8강전에서 만난 '공격의 팀' 잠비아는 수비가 아닌 공격력으로 무너뜨렸다. 

특히, 잠비아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 이탈리아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막판에는 핵심 수비수 쥐세페 페젤라가 퇴장까지 당했다. 후반 5분 동점골을 뽑아냈지만, 후반 40분 역전골을 허용하며 대회를 마감할 듯 보였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였다. 후반 43분 페드리코 디마르코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에서 극적인 역전골까지 터뜨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의 대명사답지 않게 실점이 많다. 조별리그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했다. (5경기 6실점) 하지만 공격력이 뛰어나다. 8강전까지 5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카르도 오르솔리니와 '킥의 마술사' 디마르코를 앞세워 '축구 종가'도 무너뜨릴 심산이다.

그렇지만 잉글랜드는 만만한 팀이 아니다. 준결승에 진출한 팀 중 공수 균형이 가장 잘 잡혀있다. 조별리그 초반 불안감을 드러낸 수비가 경기를 치르면서 안정됐고, 중원 역시 살아났다. 화려한 개인기와 팀플레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공격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측면이 매우 강하다. 화려한 드리블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아데몰라 루크먼, 날카로운 킥을 뽐내는 키에런 도웰, 빠르면서 결정력까지 갖춘 아담 암스트롱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뒤흔든다.

여기에 카일 워커-피터스와 존조 케니는 대회 최고의 풀백으로 손꼽힌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마르셀로와 다니엘 알베스를 떠올릴 정도로 공격력이 대단하다. 개인기를 갖춘 워커-피터스, 정확한 킥과 연계 플레이에 능한 케니는 준결승전에서도 맹활약을 자신한다.

'캡틴' 루이스 쿡도 잉글랜드의 자랑이다. 8강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밀집된 수비를 패스 한 번으로 무너뜨리는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도 터뜨린다. 공격적인 풀백의 부담을 덜어주는 공간 커버는 물론 포백 보호의 임무도 120% 수행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맞대결이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고, 누가 이기든 새로운 역사가 탄생한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준결승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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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준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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