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6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8강전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손색없었다. 포르투갈이 시작 50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달아오른 이날 경기는 총 4골이 터졌다. 120분간 혈투가 이어졌고, 페널티킥 접전 끝에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굉장히 수준 높은 경기였다. 승리한 우루과이는 물론이고 아쉽게 패한 포르투갈 역시 남다른 경기력을 뽐냈다. 두 팀은 안정적인 볼 점유와 빌드업, 날카로운 역습과 킥 능력을 자랑하며, 120분이 넘는 시간을 긴장감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성인 대표팀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었다.

 지난 5월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포르투갈 페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포르투갈 페페와 공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든 선수의 기본기가 정말 탄탄했다. 이날은 특히, 포르투갈 공격의 시작을 알린 페페가 인상적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드로 나선 그는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도 볼을 빼앗기지 않았다. 2~3명의 선수가 달라붙어도 전진 패스를 성공시켰다. 상대 수비가 없는 곳에 정확히 볼을 연결했고, 결국에는 슈팅까지 만들어냈다.

페페뿐 아니라 중원에 위치한 모든 선수가 그랬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적인 드리블과 전진 패스 능력을 갖췄다. 수비적인 능력도 준수했다. 협력 수비를 통해 스피드가 부족한 중앙 수비진의 약점을 메웠고, 공격에 가담하는 풀백의 부담을 덜어줬다. 감각적인 위치 선정을 통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향하는 패스를 끊어내는 센스도 자랑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크로스의 질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얻어내는 프리킥은 곧바로 득점 기회로 이어졌다. 골키퍼가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지점, 공격수가 머리 혹은 발만 갖다 대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볼이 떨어졌다. 양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에 이은 크로스에도 날카로움이 있었다.

U-20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와 우리의 고민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 디오고 곤살베스가 오버헤드킥으로 슛을 하고 있다.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 디오고 곤살베스가 오버헤드킥으로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르투갈 디오고 곤살베스의 득점 장면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는 간결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쉽게 따돌렸고, 빠르게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슈팅과 함께 골망을 갈랐다. 에이스의 상징인 등 번호 7번, 루이스 피구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닌 선수란 것을 이 한 장면으로 증명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 2군(B) 소속이다. 벤피카는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을 정도로 저력이 있는 팀이다. 무엇보다 앙헬 디 마리아와 다비드 루이스, 하미레스, 악셀 비첼 등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는 능력이 최고 수준이다. 포르투갈 U-20 대표팀의 에이스임에도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그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올 시즌 그는 2군 무대를 통해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2016·2017시즌 35경기나 출전했고, 8골을 넣었다. 보통 좌우 측면을 오갔고, 상황에 따라서는 스트라이커까지 맡았다. 우루과이의 에이스 페데리코 발베르데도 아직 18살에 불과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2군(카스티야)에서 13경기(3골)나 출전했다. 프로 1군은 아니지만, 2군 무대를 누비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기 때문에 U-20 월드컵에서의 좋은 활약이 가능했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출전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한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야 성장할 수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팀과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속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2부 리그로의 임대나 2군 리그라도 뛰어야 한다.

아무리 명문 클럽 소속이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기량은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승우 이상의 주목을 받았던 대한민국의 재능들이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2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선 K리그는 23세 이하 선수의 출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체 카드 하나를 덜 사용한다면, 23세 이상의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 곤칼베스처럼 2군 리그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K리그의 2군 리그라 할 수 있는 R 리그는 한 시즌에 팀당 22경기를 치른다. 경기 수 자체가 적다. 심지어 R 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구단도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무대는 더욱 좁아진다.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 포르투갈, 우루과이 선수들과 달리 기본기가 부족해 보이는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부정확한 크로스, 잦은 백패스, 아쉬운 개인 드리블 능력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곤칼베스와 발베르데 등 에이스라 불리는 수많은 이들 역시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럽은 2군 리그와 임대를 통해 경기 감각 유지와 성장을 도모한다. 그것이 성인 대표팀에 뒤처지지 않는 이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다. 우리가 정녕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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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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