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최소 2승 1무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조별리그 전승(3승)으로 16강에 진출할 것이다." (신태용 감독)

지난 3월 U-20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이루어졌을 때만 해도 신태용호의 장래는 밝지 않아 보였다. 전력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기니,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 EPL 유망주들이 포진한 잉글랜드까지,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우였다. 신태용호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만원 관중이라는 부담감 속에 치러진 대회 개막전에서 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까지 잡았다.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토너먼트를 대비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신태용호에 '대충'이란 없다. 마지막 잉글랜드전 역시 승점을 따낼 것이고, 죽음의 조에서 당당한 조 1위를 바라본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핵심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로테이션이 가동될 경기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전술로 승점 사냥에 나선다.

중원의 핵심 한찬희, 신태용호의 마지막 퍼즐

신태용호는 공격적인 축구를 앞세워 2연승과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부족한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 모두 승리를 따냈지만, 선수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르셀로나 특급' 이승우의 번뜩이는 드리블과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2연승을 거둘 수 있는 경기력이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 대표팀은 기니전에서 3-0으로 완승했지만, 내용까지 압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 중반까지 공격을 전개하는 데 애를 먹었고, 슈팅도 없었다. 이승우의 화려한 개인기가 선제골을 만들어내면서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고, 승리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대표팀은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 모두 슈팅 숫자에서 크게 밀렸다. 두 경기 모두 19개의 슈팅을 허용했고, 우리는 7개의 슈팅만을 시도했다. 우리 선수들의 결정력이 빛을 발하며 결과는 가져왔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점유율도 밀렸다. 특히, 아르헨티나전은 30%-70%까지 벌어졌다. 후반전에는 공격 시도가 없었을 정도로 상대의 공세를 막는 데만 집중했다.

무엇보다 중원이 아쉬웠다. 상대와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잦은 패스 실수로 인해 공격이 끊기고,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중원에서 시작되는 공격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조영욱·이승우·백승호)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찬희가 필요하다. 제2의 기성용이라는 별명답게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이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공격진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득점을 노릴 수도 있다. 상대의 패스 길목을 미리 차단하는 능력은 물론 몸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한찬희는 팀 내에서 경험도 가장 풍부하다. 그는 2016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23경기나 출전했다. 전남 드래곤즈의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를 잡았고, K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올 시즌에는 개막전(vs 전북 현대)부터 선발로 나서는 등 팀의 핵심 전력으로 올라섰다. 한찬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대학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그의 경험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된다.

그럼에도 한찬희는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치러졌던 우루과이(11일)와 평가전에서 허벅지를 다치며 전력에서 이탈했었다. 여기에 주장 완장까지 중앙 수비수 이상민에게 넘겨줬다. 새로운 신화를 써내고 있는 대표팀을 바라보며 기쁘기도 했겠지만, 그 누구보다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터다.

한찬희가 돌아온다. 묵묵히 훈련에 임하며 부상을 떨쳐냈고, 잉글랜드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앞선 두 경기보다 잉글랜드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란 그의 말에 조 1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충분히 승산 있는 잉글랜드전

물론 한찬희의 복귀가 잉글랜드전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찬희를 포함해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임민혁과 하승운, 강지훈 등이 출격을 앞둔 만큼,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경기 감각이 주전 선수들보다 떨어져 있으므로 초반 흐름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잉글랜드는 선수 면면이 화려하지만, 생각처럼 강하지는 않다. 첫 경기였던 아르헨티나전에서 3-0으로 대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경기력은 완전히 밀렸다. 점유율(41-59)은 물론이고, 슈팅 숫자(7-22)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특유의 선 굵은 축구로 3골을 뽑아냈다. 기니전에서도 경기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기습적인 슈팅 한방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잉글랜드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잉글랜드는 신체 조건이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체력이나 속도는 부족하다. 우리가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이지만,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많이 뛰는 축구로 승부를 보겠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잉글랜드는 많이 뛰는 축구에 상당히 고전했다.

잉글랜드는 1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후방으로 길게 넘겨주는 패스가 아니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압박을 전혀 이겨내지 못했고,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2차전 기니전도 마찬가지였다. '캡틴' 루이스 쿡의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지만, 기니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어처구니없는 자책골까지 기록했다.

특히, 수비가 불안하다. 기니의 '에이스' 압둘라예 쥘스 케이타의 드리블 돌파에 경기 내내 흔들렸고, 수차례 뒷공간을 내줬다. 측면 수비수의 공수 전환이 상당히 느리고, 중앙 수비는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수비가 뛰어났다기 보다는 상대의 결정력과 퇴장이 문제였다. 

아담 암스트롱과 도미닉 솔란케가 위치한 공격진은 이름값이 뛰어나지만, 못 막을 수준은 절대 아니다. 암스트롱은 조영욱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많은 활동량을 앞세워 뒷공간을 파고들고, 기회를 만든다. 그러나 결정력은 물음표가 붙는다. 솔란케는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 후보였지만,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로테이션이 가동되는 경기지만, 우리 대표팀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빠지지만, U-20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강지훈과 임민혁 등의 재능도 만만치 않다. 한찬희가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중원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신태용호인 만큼, 잉글랜드전 역시 화끈한 승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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