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잠비아와 독일의 경기. 잠비아의 주니어 패션 샤칼라가 후반 역전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잠비아와 독일의 경기. 잠비아의 주니어 패션 샤칼라가 후반 역전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 UEFA(유럽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우승,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전승(9득점·무실점).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세계를 뒤흔든 '재능' 킬리안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가 빠졌지만, 문제가 없었다.

유럽 예선 득점왕(6골)이자 MVP(최우수선수) 장-케빈 오귀스탱과 다재다능한 중원 사령관 루카스 투사르, 킥의 마술사 아민 하릿, 최고의 거미손 유망주로 평가받는 알방 라풍까지, 프랑스는 약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프랑스의 도전은 16강에서 멈췄다. 우루과이에 패하고, 일본과 비기는 등 힘겹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이탈리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는 지난 유럽 예선 결승전에서 맞붙어 4-0으로 이겼던 팀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16강에서 무너진 프랑스

 지난 25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베트남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프랑스 오귀스탱이 팀 두번째 골에 성공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이다.

사진은 지난 5월 25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베트남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프랑스 오귀스탱이 팀 두번째 골에 성공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랑스가 지난 1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프랑스는 조별리그를 전승(9골·무실점)으로 통과하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지만, '토너먼트의 강자' 이탈리아를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초반은 프랑스의 분위기였다. 기술과 몸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중원을 장악했고, 볼을 상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투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주포' 오귀스탱이 전반 2분 만에 슈팅 기회를 잡아내는 등 지난 유럽 예선에 이어 손쉬운 승리가 기대됐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괜히 '토너먼트의 강자'가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페널티박스 안쪽을 촘촘하게 만들며, 손쉬운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여기에 빠른 역습을 통해 선제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27분 주세페 페찰라의 예리한 크로스를 리카르도 오솔라니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프랑스는 당황했다. 온두라스와 베트남, 뉴질랜드를 상대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짜임새 있는 역습이자 실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곧바로 따라갔다. 전반 37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오귀스탱의 깔끔한 마무리로 동점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뚫어낼 방법을 찾지 못했다. 볼을 소유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슈팅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공격을 시도하다 상대 수비에 볼을 빼앗겨 역습을 내주는 장면도 나왔다.

 지난 5월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이탈리아 대 남아공 경기. 이탈리아 7번 리카르도 오르솔리니가 첫 골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이탈리아 대 남아공 경기. 이탈리아 7번 리카르도 오르솔리니가 첫 골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랑스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탈리아가 균형을 깼다. 후반 8분 안드레아 파빌리가 우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주세페 파니코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상대 수비와 스피드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기회를 만든 파빌리, 침투는 물론 중앙 수비수와 경합에서도 승리하며 멋진 헤딩슛을 기록한 파니코 모두 훌륭했다.

프랑스는 마음이 급해졌다. 마르퀴스 튀랑과 마틴 테리어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지만, 이탈리아의 수비는 빈틈이 없었다. 특히, 득점이나 다름없었던 오귀스탱과 루도빅 블라스의 슈팅이 안드레아 차카뇨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의 도전은 16강에서 마무리됐다.

창과 방패의 대결, 뜨겁게 달아오르는 U-20 월드컵

 지난 5월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잠비아와 독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잠비아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잠비아와 독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잠비아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격력이 뛰어난 팀은 팬들의 큰 지지를 받는다. 우선, 재미가 있다.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으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경기에 임하다 보니 득점이 많이 나온다. 잠비아가 대표적이다. 잠비아는 16강 독일전까지 매 경기 실점하며, 수비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 하지만 약점을 화끈한 공격력으로 메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맞붙은 '강호' 포르투갈(2-1)을 공격력으로 무너뜨렸고, 이란전에서는 2골을 먼저 내줬음에도 무려 4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따냈다. 16강 진출 확정으로 부담이 없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는 0-1로 패했지만, 날카로움은 여전했다. 잠비아 축구의 '매력'은 독일과 16강전에서 폭발했다.

전반 막판 독일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 3골을 몰아쳤다.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후반 종료 직전 동점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잠비아는 연장전에도 독일의 골문을 여는 데 성공하면서,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으면 된다'라는 말을 진짜 실행했다. 이로써 잠비아는 아프리카 챔피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

수비 축구는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지루하기 때문이다. 한 골 차 승부가 많으므로 '화끈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으로는 우루과이가 있다. 남미 우승팀 우루과이는 8강까지 진출하는 과정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이탈리아를 1-0으로 잡았고, 일본은 2-0으로 무너뜨렸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6강전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1-0으로 잡았다.

그렇다면 공격과 수비적인 축구 중 무엇이 더 좋은 성적을 가져다 줄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는 대표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공격력이 훨씬 뛰어난 팀이다. 유럽 예선 우승은 물론 최다 득점팀이었고,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무려 9골을 뽑아냈다.

그에 반해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뛰어난 팀이다. 그들은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 최소한 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을 내주고 있지만, 이번 U-20 대표팀도 수비에 중점을 둔다. 분위기를 상대에 내주더라도 슈팅은 절대 쉽게 내주지 않는다.

프랑스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는 경기력에서 밀렸을지는 모르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페널티킥을 내주지 않았다면, 조별리그 3경기 9골을 뽑아낸 프랑스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수비는 허점을 찾기 어려웠고, 빠른 역습이 빛을 발하며 '우승후보 0순위' 프랑스를 무너뜨렸다.

이날 경기는, 공격에는 변수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이전처럼 분위기는 주도하지만,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가 상대 수비에 막히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먼저 실점을 내줄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마음이 급해져 공격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면, 수비는 '기복'이 적다. 공격과 달리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실수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이가 메운다. 전방에서 압박해주는 공격수부터 최후방의 골키퍼까지, 수비는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간다. 급한 것은 내가 아닌 볼을 소유한 상대라는 심리를 활용하며, 승리에 한 걸음 다가간다.

물론 축구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격을 앞세우든, 수비 축구를 내세우든, 결과는 붙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더욱 U-20 월드컵 8강전이 기대를 모은다.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운 잠비아와 빗장수비 이탈리아가 맞붙고, 진격의 포르투갈과 무실점의 우루과이가 맞대결을 벌인다. 앞선 4경기에서 11골을 몰아친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창대 창' 대결도 큰 관심을 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팀은 누가 될까. 공격 축구가 재미뿐 아니라 결과까지도 잡아낼 수 있을까.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여준 것처럼 수비적인 축구가 또다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U-20 월드컵이 창과 방패의 대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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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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